
삼성전자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C-Lab)'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듀테크·피트니스 스타트업 '구스랩스'가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2026년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한때 미국의 유명 홈 피트니스 기업 '펠로톤'에 비견되며 메타버스 시장의 유망주로 꼽혔으나, 엔데믹 이후 싸늘해진 시장 환경과 감당할 수 없는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채 씁쓸한 결과를 맞이했다.
'비전 AI'로 혁신 꾀했으나… 엇갈린 타이밍
구스랩스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던 2021년 11월 설립되었다. 회사의 핵심 서비스인 '피바(FIVA)'는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의 비전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고, 이를 메타버스 내 아바타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신개념 홈트레이닝 앱이었다. 고가의 장비나 센서 없이 스마트폰 한 대만으로 사람들과 실시간 음성 채팅을 하며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혁신으로 평가받았고, CES 2024, WSCE, IFA 등 굵직한 글로벌 전시회에 연이어 참가하며 기술력을 알렸다.
이들은 B2B 파트너십을 통해 당뇨 환자나 재활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운동 치료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도모했다. 하지만 서비스가 정식으로 무르익기 시작한 시점은 이미 메타버스 열풍이 꺾인 뒤였다.
대기업도 줄줄이 철수… 꽁꽁 얼어붙은 메타버스 투자 시장
구스랩스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과 함께 급속도로 무너진 메타버스 생태계다. 야외 활동이 재개되면서 2024년 메타버스 이용률은 바닥을 쳤고, 산업계의 관심은 생성형 AI로 완전히 옮겨갔다.
실제로 넷마블은 메타버스 전담 자회사를 해산했고, 컴투스 역시 '컴투버스'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심지어 국내 메타버스를 선도하던 SK텔레콤의 '이프랜드'마저 이용자 급감 끝에 2025년 3월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시장 전반에서 기업들이 연이어 메타버스 사업을 철수하거나 전략을 전환하는 상황 속에서, 벤처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며 구스랩스는 생존에 필수적인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데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분위기 변화로 인한 재무적인 어려움
투자 유치가 막힌 상황에서 구스랩스의 자체 수익 모델은 회사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재무 흐름을 살펴보면, 설립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2년간 단 한 푼의 매출액(0원)도 기록하지 못했다.
서비스가 본격 론칭된 2023년이 되어서야 약 1,168만 원의 첫 매출이 발생했고, 2024년 매출은 약 5,838만 원으로 증가하기는 했으나, 한 해에만 무려 5억 5,259만 원에 달하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여와 수수료 비용 등 고정 지출이 막대한 상황에서 매출 규모가 이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회사의 영업손실은 2022년 약 2억 원, 2023년 3억 5천만 원, 2024년 4억 9,421만 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정적인 타격은 바닥난 유동성과 부채 상환 압박이었다. 2024년 말 기준 구스랩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3억 9,234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의 현금 소진 속도를 감안하면, 현재 보유한 3.9억 원의 현금으로는 약 10~11개월 뒤면 통장 잔고가 완전히 바닥나게 되는 시한부 상태였다. 즉 25년 하반기까지 투자를 받거나 흑자전환을 하지 못하면 회사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재무상태표상 약 5억 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도래했지만, 이를 상환할 능력이 전혀 없는 완전 자본잠식(-1억 1,885만 원) 상태에 빠져 있었다. 결국 자금 고갈을 견디지 못한 주식회사 구스랩스는 2026년 5월 21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으며 간이파산 절차에 돌입하게 되었다. 한때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메타버스 트렌드 잔혹사의 또 다른 희생양으로 기록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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