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 수집 4개사 집중 분석…반도체·바이오·철강·해운, 산업마다 싸우는 법정이 다르다
SK하이닉스 특허 57%·셀트리온 제약사·환자 양면·포스코 RICO — 건수 아닌 유형이 리스크 결정
LG·삼성·현대·기아는 수만 건 규모 별도 확인…IR·사업보고서엔 없는 현지 분쟁 구조
한국 대기업의 미국 소송 건수는 수만 건에 달한다. 그런데 그 안에 어떤 소송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IR 자료나 사업보고서에는 나오지 않는다. 미국 연방 및 주 법원의 소송 기록을 공개하는 코트리스너(CourtListener)에서 전수 분석이 가능한 SK하이닉스, 셀트리온, 포스코, 한진 4개사의 소송 유형을 들여다봤다.
SK하이닉스 소송의 절반 이상, 특허에 집중된 이유
SK하이닉스의 전체 554건 중 유형이 분류된 350건을 분석하면, 200건(57%)이 특허 소송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설계와 공정 자체가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공격과 방어가 소송의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기술 유출과 관련한 영업비밀보호법(DTSA), 독점금지법, 증권법 관련 소송도 포함된다.
반도체 기업에게 미국 법원은 기술 자산 분쟁의 무대다. 특허를 공격받으면 생산 자체가 막힐 수 있고, 영업비밀 소송은 전·현직 직원 이동 하나하나가 법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셀트리온의 양면 전선 — 제약사도, 환자도 소장 들고 온다
셀트리온의 소송 구조는 반도체와 전혀 다르다. 특허 소송 43%, 의약품 제조물책임 소송 29% — 두 유형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특허 소송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를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막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반대편에서는 환자가 온다. 투여 후 부작용을 주장하는 의약품 제조물책임 소송이다. 새 제품을 FDA에서 승인받을수록, 제약사의 특허 공세와 환자의 부작용 소송이 동시에 쌓이는 구조다. 제품이 늘수록 리스크도 양방향으로 커진다.
10년 전 담합·파산, 미국 법원에서 아직 살아있다
포스코와 한진의 소송은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이 법원에서 긴 꼬리를 남기는 형태다.
포스코는 유형이 분류된 소송 중 RICO법(부패·조직범죄 관련) 소송의 비중이 가장 높다. RICO는 미국의 부패·조직범죄 처벌법으로, 철강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한 집단소송에 반복적으로 적용됐다. 단순 계약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 집단소송에 형사적 성격의 법리까지 얹히는 구조다.
한진은 계약 분쟁이 최다를 차지했고, 파산 관련 소송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미국 항만과 화주를 상대로 한 분쟁은 아직 법원에 남아 있다. 파산은 끝났지만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건수가 아니라 유형을 봐야 리스크가 보인다
소비자 제품 판매 규모와 딜러 네트워크가 클수록 일상적 분쟁이 누적되는 구조여서, 대형사의 수만 건이라는 숫자가 곧 위험 수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면 SK하이닉스나 셀트리온은 건수는 적어도, 한 건 한 건이 사업의 핵심 자산이나 제품 존속과 직결되는 소송이다.
기업 사업보고서에는 '중요한 소송'만 기재된다. 그 바깥의 수백 건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숫자 안을 들여다보면, 특허 소송 뒤에는 지킬 기술이 있고, 제조물책임 뒤에는 시장에서 팔린 제품이 있다. 법원 기록은 기업이 편집하지 못하는 유일한 공시다.
이 기사는 News Epoch가 CourtListener 소송 데이터를 The Proxy 수집 파이프라인으로 확보·분석하여 작성했습니다.
소송 유형 분석은 전수 수집이 가능한 SK하이닉스(554건), 셀트리온(188건), 포스코(952건), 한진(980건)에 한정합니다.
LG전자 등 대형사는 API 집계 기준 총 건수만 인용했으며, 유형별 비율은 이번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CourtListener 검색은 기업명 풀네임 기반이며, 이 분석은 개별 건수보다 산업별 소송 유형 구조에 초점을 맞춥니다.
데이터 수집 시점: 2026년 1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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