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국가 부채 이자 지급액이 국방비 지출 규모를 넘어서면서, 미국이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엄중한 경고가 나왔다.
23일 현지 경제 매체 포춘(Fortune)은 스탠퍼드대학교 후버 연구소(Hoover Institution)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선임 연구원의 2025년 논문을 인용해, 이자 지출이 국방 예산을 압도한 현재 상황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 유지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춘은 이러한 구조적 재정 불균형이 결국 미국의 강대국 지위 상실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퍼거슨 한계'를 돌파한 미국과 구조적 취약성
포춘의 보도와 그 바탕이 된 퍼거슨의 논문은 '퍼거슨의 법칙(Ferguson’s Law)'이라는 개념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국방비보다 부채 이자 상환(Debt Servicing)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강대국은 더 이상 강대국으로 남을 수 없다는 법칙이다. 이 역전 지점을 '퍼거슨 한계(Ferguson Limit)'라고 부르며, 이 한계를 넘으면 막대한 부채가 국가의 희소한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결국 적국의 도전에 취약해지게 된다.
문제는 미국이 이미 이 위험한 임계점을 넘었다는 것이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순이자 지출은 GDP의 3.1%를 기록하며 근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방비 지출(3.0%)을 추월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9년경에는 이자 지출이 국방 예산의 거의 두 배(GDP의 4.9% 대 2.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퍼거슨은 현재 미국의 상황이 과거 제국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구조적 이유를 지적한다. 미국의 연방 부채는 평균 만기가 69~73개월로 매우 짧아 금리 변동에 극도로 취약하며, 과거 영국의 사례처럼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축소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와 같은 막대한 복지 프로그램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국방비 재원을 삭감하도록 끝없이 압박할 것이다.
역사 속 제국들의 쇠퇴 공식과 평행 이론
포춘과 후버 연구소는 '퍼거슨 한계'를 위반한 과거 제국들이 어김없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한다.
스페인 합스부르크 제국: 17세기 무리한 전쟁과 영토 확장으로 인한 부채 때문에 이자 지급액이 불과 20년 만에 국가 수입의 50%에서 87%까지 치솟았다. 연이은 국가 부도로 국방력을 잃은 스페인은 프랑스에 영토를 내어주고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독립을 허용하며 쇠퇴했다.
부르봉 왕조 시대의 프랑스: 만성적인 전쟁 자금을 빚으로 조달한 결과, 예산의 50% 이상을 부채 이자로 낭비하게 되었고 이는 프랑스 혁명과 군주제 몰락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오스만 제국: 과도한 외채 의존으로 1875년 국가 부도를 맞았고, 수입의 50%를 이자로 지출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군대 현대화에 실패하면서 발칸 전쟁 등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겪으며 '유럽의 병자'로 전락했다.
대영 제국: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이자 지출은 GDP의 7.5%까지 치솟은 반면 국방비는 2.4%에 불과했다(1933년 기준 이자 5.5%, 국방비 2.4%). 극심한 재정 압박으로 군사비가 삭감된 영국은 결국 1930년대 나치 독일의 히틀러를 상대로 한 소극적인 '유화 정책(appeasement)'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군사적 약화의 위협과 유일한 해법 '생산성 기적'
포춘의 지적처럼, 안보 및 경제 전문가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통제하지 못하면 미국의 경제 성장을 위한 미래 투자 여력은 물론 군사 현대화 프로그램까지 크게 제한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퍼거슨은 미국이 조속히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과 같은 새로운 권위주의 세력의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하고 국내적 불안정성까지 겪으며 패권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사회 보장 및 비합리적인 예산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퍼거슨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에 빠진 미국이 이 운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희망은 인공지능(AI) 혁신과 같은 수단을 통한 '생산성 기적(productivity miracle)'뿐이라고 진단했다.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부채 부담을 상쇄하지 못한다면, 미국 역시 쇠락한 과거 제국들의 전철을 밟게 될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뉴스에포크 뉴스레터 · 무료 · 언제든 해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