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05 FRIFRIDAY, JUNE 5, 2026

[데이터픽] 100억 이상 투자 받은 스타트업 대표는 어디에 사는가?

[데이터픽] 100억 이상 투자 받은 스타트업 대표는 어디에 사는가?

스타트업 업계에는 오래된 통념이 하나 있다. "성공한 회사의 사옥은 강남에 있고, 그 대표는 한강 이남에 산다." 농담처럼 오가던 이 명제를, 우리는 5,600여 명의 데이터로 확인해 봤다.

뉴스에포크가 투자유치 이력이 있는 비상장 기업의 주소지와 누적 조달액을 결합해 현직 대표이사 5,600여 명의 거주지(시·도·구·동)와 누적 조달액을 1:1로 매칭한 결과, 대표가 사는 곳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았다. 조달 규모가 클수록 거주지는 서울의, 그중에서도 한강 이남의 좁은 권역으로 또렷하게 수렴했다. 분석 대상은 누적 100억 원 이상을 조달한 기업의 대표 2,100여 명과, 100억 원 미만 그룹 3,500여 명이다.

여기서 미리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 글은 "강남에 살면 돈을 더 받는다"는 인과를 주장하지 않는다. 큰돈을 조달한 뒤 강남으로 옮겼을 수도, 처음부터 그 권역에 있었을 수도 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방향이 아니라 분포를 나타내는 지도임을 미리 알려둔다.

조달 100억 이상, 대표 3명 중 1명이 '강남3구·용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주지의 '한강 이남 집중도'다.

누적 100억 원 이상을 조달한 기업 대표의 33.1%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거주한다. 100억 원 미만 그룹에서 이 비율은 24.4%. 1.36배의 농도 차이다. 서울 거주율 자체는 두 그룹이 각각 56.2%, 51.7%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서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서울 안 어디냐'에서 벌어진다.

더 좁혀 보면 차이는 더 커진다. 압구정·청담·삼성·대치·도곡·반포·잠원·한남·이촌·서빙고·잠실 등 서울시내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11개 동에 사는 비율은 100억 이상 그룹 15.8%, 미만 그룹 10.1%로 1.56배 벌어진다. 이 11개 동이 서울 전체 아파트 세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대형 투자를 받은 대표들은 소수의 권역에 몰려 있는 셈이다.

'100억 클럽'은 어디에 모여 사는가...반포에서 판교, 송도까지

그렇다면 이미 100억 이상을 조달한 2,100여 명의 대표들은 구체적으로 어느 동네에 모여 살까. 동 단위까지 살펴 본 결과(약 2,000명 매칭), 이들의 거주지는 좁은 지점에 몰려 있었다. 상위 10개 동에만 전체 100억 클럽의 약 20%가 거주한다.

축은 분명하다. 반포·서초·방배로 이어지는 서초 라인이 대치·개포·역삼의 강남 라인과 정상권을 양분한다. 그런데 이 서초·강남 삼각지대 사이로 두 개의 비(非)서울 동네가 비집고 들어온다. 판교의 정자동(31명)과 인천 송도동(28명)이다.

구 단위로 보면 이 변화는 더 선명해진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100억 클럽 대표는 192명으로 서울 송파구(124명)와 용산구(72명)를 각각 앞선다. 판교테크밸리를 끼고 자란 성남이 이미 '서울 4구급'의 자본 클러스터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전통의 강남·서초가 여전히 중심을 쥐고 있지만, 그 주변으로 판교와 송도라는 제2의 자본권이 또렷한 좌표를 찍기 시작했다.

집값과 조달 규모는 나란히 움직인다

분포를 가장 깔끔하게 드러내는 그림은 대표가 사는 동의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를 가격대별로 나눴을 때 나타났다. (동평균 실거래가가 매칭된 대표 2,501명 기준)

집값이 한 칸 오를 때마다 '100억 돌파율'이 거의 한 칸씩 따라 오른다. 100억 이상 투자 받은 대표가 실거래가 5억 미만에 사는 비율은 24%인데, 30억 이상에서는 5%로 두 배가 넘게 오른다. 누적 투자금액의 중위값 역시 '투자금액이 증가하면 대표들의 거주지역의 실거래가가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집값이 기업의 조달력을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거주지 아파트 가격과 회사의 조달 규모라는 두 변수가, 마치 같은 곡선 위에 놓인 것처럼 나란히 움직인다는 관찰이다.

거주지와 함께 움직이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나이다. 100억 이상 조달 기업 대표의 중위 연령은 51세, 미만 그룹은 46세로 5세 차이가 났다. 대형 투자는 운영 경력이 8~10년 쌓인 50대에 가장 많이 집중되는 반면, 30대 대표의 대형 라운드 유치는 여전히 소수파다.

다만 흥미로운 단서가 하나 있다. 100억 클럽 '안에서만' 보면, 30대 대표의 강남4구 거주율(34.3%)이 오히려 50대(31.5%)보다 높았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강남으로 옮겨가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크게 성공한 젊은 대표는 일찍부터 그 권역에 자리 잡는 패턴을 시사하는 숫자다.

데이터가 말하는 자본 지도

누적 조달액이 클수록, 대표가 특정 지역 (강남·서초를 중심으로 한 한강 이남의 지역) 이나 일정 가격대 이상의 동네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가장자리에서 판교와 송도가 새로운 좌표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이는 상관이지 인과가 아니다. 투자금을 조달한 뒤 그 권역으로 옮겨간 것인지,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것인지를 이 데이터만으로 가를 수는 없다. 다만 여러 지표가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정렬된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다. 한국 벤처의 자본과 그것을 끌어온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모여 있는지를, 거주지라는 한 겹의 데이터가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동열 기자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

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

#Startup#Real Estate#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