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픽] 상장사 CEO 7,172명의 거주지 이동 지도...압구정에서 도곡, 다시 반포로 그리고 송도가 등장했다](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5/14/1778727074196-ghngk8.webp)
한국 상장사를 거쳐간 전·현직 CEO 7,172명. 이들이 남긴 거주 이력을 시대순으로 펼치면, 한국 자본의 50년 이동 경로가 한 장의 지도로 모인다. 1970년대 압구정에서 출발한 권력은 2000년대 도곡으로, 2020년대 반포로 옮겨갔다. 그리고 이번 분석에서 처음 포착된 결정적 변화가 있다. 50년 만에 강남 4구 바깥에서 5위에 오른 단 하나의 동(洞), 인천 송도다.
압구정과 서초, 1세대 자본의 발원지
회사 상장 연대별로 CEO 거주동을 집계하면, 한국 자본 권력의 좌표가 시대마다 또렷이 다르다.
1970년대 상장한 기업의 CEO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 동은 도곡동이지만, 그 뒤를 잇는 서초동·압구정동·반포동·대치동까지 상위 5개 동이 모두 강남 4구 안에 있다. 한국 1세대 제조업·재벌 기업 경영진이 강남이라는 한 점에 응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데이터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시기를 상징하는 거점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1976년 입주 이후 반세기 동안 168명의 상장사 CEO가 거쳐갔다. 같은 압구정동의 한양아파트(53명)와 합치면 두 아파트에서만 221명. "한국 1세대 부의 원형"이라 부를 만하다.
1980년대 상장사로 넘어가면 1위가 서초동으로 바뀌고, 반포동이 2위로 올라선다. 1990년대 상장사도 서초동이 1위를 지킨다. 강남의 무게중심이 압구정에서 서초·반포로 서서히 옮겨가는 신호다.
2000년대, 타워팰리스가 좌표를 바꿨다
2000년대는 한국 부동산 권력 지도가 가장 극적으로 재편된 시기다. 2002년 입주한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IT 버블 시기 신흥부호, 금융권 임원, 전통 재벌 후세대를 동시에 흡수하면서, 도곡동을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
2000년대 상장한 612개 기업 CEO 중 223명이 도곡동에 거주한다. 2위 반포동(179명)을 44명 차이로 압도했다.
상징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아파트다. 한국 상장사 CEO 단일 단지 집결 1위, 187명. 압구정 현대를 넘어선 숫자다. "부의 좌표 = 현대아파트"라는 30년 등식이 "부의 좌표 = 타워팰리스"로 갈아치워진 결정적 시점이었다.
2010년대 상장사에서도 도곡동은 1위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 도곡의 시대는 사실상 20년간 이어졌다.

2020년대, 반포의 시대, 그리고 송도의 등장
2020년대로 넘어오면 두 가지 결정적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첫째, 1위가 도곡에서 반포로 교체됐다. 2020년대 상장한 517개 기업 CEO들의 1위 거주동은 반포동(97명). 도곡동은 4위(65명)로 밀려났다. 반포의 부상은 2008년 입주한 반포자이아파트(109명)와 2009년 입주한 래미안퍼스티지(82명)가 견인했다. 두 단지에서만 191명. 한국 신축 프리미엄 아파트의 대표 두 곳이 새로운 자본 좌표가 된 것이다.
둘째, 그리고 더 의미심장한 변화. 2020년대 상장사 CEO 거주동 5위에 송도동(48명)이 처음 등장했다. 1970년대부터 분석해온 50년 동안, 강남 4구 바깥에서 5위권 안에 진입한 동은 송도가 유일하다.
송도의 부상은 단순한 수도권 분산이 아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한국 바이오 산업의 핵심 클러스터이자, IT·게임·핀테크 기업이 송도더샵·송도자이·송도푸르지오하버뷰 등 신축 단지에 직주근접 형태로 입주해온 산업 도시다.
송도동의 5위 진입이 가진 의미는 분명하다. 강남이 학군·인맥·전통 부 네트워크로 묶인 자본 공간이라면, 송도는 산업 클러스터와 직주근접이 결합한 자본 공간의 출현이다. 한국 자본 지도에서 50년 만에 등장한 첫 사례이다.
한 단지에 168명, 한 단지에 187명이 모이는 나라
상위 4개 단지가 한국 경제의 네 시대를 상징한다.
1. 도곡동 타워팰리스아파트: 2000년대 IT·금융·삼성그룹 임원 등 신흥 부의 좌표
2.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 1세대 부의 원형
3. 반포동 반포자이아파트 : 2010년대 신축 프리미엄의 대표
4. 한남동 한남더힐 : 새롭게 주목 받는 신흥 부의 거점 중 하나
이 네 단지를 시대순으로 잇기만 해도 한국 부의 형성사가 그려진다.
지역 단위로 봐도 집중도는 압도적이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 세 구만으로 전체 거주 이력의 약 38%가 몰린다. 그 다음 자리에 용인시·용산구·양천구·성남시·수원시가 따라붙는다. 용인·수원의 결합은 삼성전자 임원 벨트, 성남시는 네이버·카카오 등 IT기업들의 분당·판교 벨트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음 10년의 지도, 30대 후반 신임 CEO가 그린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그룹이 있다. 분석 대상 CEO 중 50대 이상의 첫 취임자가 26.2%으로 압도적 1위지만, 분석에서 가장 두드러진 세대 변화의 신호는 30대 중후반 첫 취임 그룹(7.1%)이다. 대부분 IT·바이오·플랫폼 분야 창업자이거나 오너 2~3세대다.
이들 30대 중후반 신임 CEO는 압구정·도곡 같은 전통 강남 코어 비중이 윗 세대보다 낮고, 성수동·송도동 등 신흥 지역에서의 거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다음 10년 한국 자본 지도가 어떤 방향으로 다시 그려질지는, 이들이 어디에 자기 자리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50년간 강남 안에서, 그리고 처음으로 강남 바깥에서
지도를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다. 1970~80년대 압구정·서초 → 1990~2000년대 서초·도곡 → 2010~2020년대 도곡·반포 → 그리고 2020년대 처음 등장한 송도. 50년간 강남이라는 한 점 안에서만 움직이던 권력의 좌표에, 최근 10년 들어 처음으로 강남 바깥의 지역이 등장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입지 선호 이동이 아니다. 1세대 제조업·재벌 자본이 2세대 IT·금융 자본으로, 다시 3세대 바이오·플랫폼 자본으로 교체되는 한국 산업 권력의 세대교체가, CEO들의 거주지 데이터에 그대로 새겨진 것이다.
다음 10년의 자본 지도는 강남 안에서 그려질 것인가, 송도에서 그려질 것인가. 아니면 제 3의 지역에서 새롭게 나타날 것인가. 답은 지금 첫 취임한 신흥 CEO들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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