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새 두 배로 늘어난 보유기업…평균 보유기간 7년
세계 사모펀드가 아직 매각하거나 상장하지 못한 기업이 3만3575개로 불어났다.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저금리 시기에 높은 가격을 주고 사들인 기업들이 고금리와 인공지능 확산, 경기 불확실성에 가로막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춰 팔면 손실이 확정되고 투자자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계속 보유하며 버티는 이유다.
뉴욕타임스가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세계 사모펀드가 보유한 미회수 기업은 3만 3,575개였다. 2025년 말 3만 2,451개보다 약 3.5% 늘었다. 10년 전에는 1만 5,923개였다.
미회수 기업이 모두 매각에 실패했거나 경영난에 빠졌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공식 매각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추가 성장을 위해 계속 보유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다만 보유기업 수와 보유기간이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은 사모펀드의 자금 순환이 과거보다 느려졌다는 의미다. 사모펀드는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기업을 인수하고, 실적을 개선한 뒤 되팔아 수익을 낸다. 일반적으로 5∼7년 안에 매각하거나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이 팔리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고, 새 펀드를 만들어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도 어려워진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미회수 기업의 평가액을 약 3조8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보유기간이 5년을 넘은 기업은 40%에 가깝다. 2019년에는 29%였다. 2025년에 매각된 기업도 사모펀드가 평균 7년가량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의 평균 보유기간은 5∼6년이었다.
회수금액 늘었는데 팔린 기업은 줄었다
2025년만 보면 사모펀드의 기업 매각이 다시 활발해진 것처럼 보인다. 베인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아웃 기업의 엑시트 거래가액은 7170억달러로 전년보다 47% 늘었다. 그러나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일부 초대형 거래에서 나왔다. 거래가가 100억달러를 넘은 기업 매각 7건이 총 1550억달러로, 전체 엑시트 거래가액의 22%를 차지했다. 100억달러 미만 거래의 금액도 34% 늘었지만 전체 매각 건수는 1570건으로 오히려 2% 감소했다. 큰 기업 몇 곳이 비싼 가격에 팔리면서 전체 거래금액은 늘었지만, 사모펀드가 보유한 수많은 기업까지 골고루 팔린 것은 아니었다.
2026년 들어서는 매각 시장이 다시 위축됐다. 피치북의 ‘2026년 2분기 미국 사모펀드 동향’에 따르면 미국 사모펀드의 2분기 엑시트 거래가액은 1026억달러였다. 1분기 1911억달러보다 46.3% 줄었다. 사모펀드가 보유기업을 다른 사모펀드에 파는 거래도 전 분기보다 약 40% 감소했다. 사모펀드는 오랫동안 다른 사모펀드의 주요 매수자였는데, 업계 전체가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통로마저 좁아졌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 계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5년 동안 기업공개와 일반 기업에 대한 매각 규모는 매년 사모펀드 전체 보유자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했다. 2020년 이후에는 그 비율이 평균 5분의 1 아래로 떨어졌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은 빠르게 늘었지만 이를 받아줄 시장은 그만큼 커지지 않은 것이다.
범위 | 지표 | 수치 | 기준 |
|---|---|---|---|
글로벌 | 미회수 포트폴리오 기업 | 3만 3,575개 | 2026년 6월 말 |
글로벌 | 2025년 말 미회수 기업 | 3만 2,451개 | 6개월간 1124개 증가 |
글로벌 | 10년 전 미회수 기업 | 1만 5,923개 | 현재는 당시의 약 2.1배 |
(Source: NYT, Pitchbook, WSJ 등을 종합)
기업공개 늘었지만 여전히 좁은 문
기업공개 시장이 일부 살아난 것은 긍정적이다. 2025년 세계 사모펀드 투자기업의 기업공개는 전년보다 36% 늘었다. 다만 매우 부진했던 전년과 비교한 증가였다. 베인은 기업공개가 여전히 사모펀드의 부차적인 회수 수단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기업공개는 준비 절차가 복잡하고 증시 상황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규모와 실적, 시장 인지도를 갖춘 일부 기업에만 현실적인 선택지이기도 하다.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운용사가 기업공개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다.
딜로직 집계에서 2022년 이후 상장한 사모펀드 투자기업은 70곳이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00곳을 넘었던 것과 차이가 크다.
5% 싸게 팔아도 신뢰 흔들린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데는 평가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 베인이 인용한 2026년 4월 기관 유한책임투자자 협회 웹캐스트 조사에서 투자자 과반은 기업의 실제 매각가격이 직전 장부가격보다 5% 넘게 낮으면 해당 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기 시작한다고 답했다. 5%가 공식적인 규칙은 아니다. 웹캐스트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전체 투자자의 생각을 그대로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사모펀드 운용사가 가격을 낮춰 기업을 팔 때 어떤 부담을 느끼는지는 보여준다.
장부가격이 1000억원인 기업을 940억원에 매각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투자자들은 다른 보유기업의 장부가격도 실제보다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해당 운용사가 다음 펀드를 만들 때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싸게 팔아 손실을 확정하는 것보다 기업을 더 오래 보유하면서 실적이 장부가격을 따라잡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문제는 기다리는 동안 이자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투자자에게 돌려줄 돈도 묶인다는 점이다.
같은 조사에서 투자자 5곳 중 1곳가량은 자금 회수 지연이나 장기 수익률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바이아웃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사모펀드는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기존 펀드가 보유한 기업을 새 펀드로 옮기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이른바 ‘연속형 펀드’다.
2025년 운용사 주도 연속형 펀드 거래 규모는 62% 늘었다. 그러나 전체 사모펀드 엑시트 거래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당장의 자금난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쌓여 있는 기업을 처리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AI가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격을 흔들었다
인공지능 확산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꾸준한 구독 수입과 높은 이익률을 내세워 저금리 시기에 사모펀드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 기업의 미래 수익을 평가하기 어려워졌다.
베인에 따르면 기술 분야의 바이아웃 거래가액은 2025년 4분기에서 2026년 1분기 사이 70% 감소했다. 2026년 1분기 사모펀드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장부가격도 평균 약 8% 하락했다. 미국 기업은 8.9%, 유럽 기업은 4.2% 떨어졌다.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보다는 하락 폭이 작았다. 비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이 실제로 충격을 덜 받았을 수도 있지만, 비상장 기업의 장부가격이 주가보다 천천히 조정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사모펀드가 기업을 팔지 못하는 원인을 모두 AI로 돌릴 수는 없다. AI는 고금리와 높은 인수가격, 매수자 부족으로 이미 막혀 있던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에 가깝다.
장부가격이 모두 부풀려진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의 장부가격이 실제보다 모두 높게 책정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베인이 인용한 MSCI 분석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각된 글로벌 바이아웃 기업의 75% 이상은 매각이 본격화되기 전의 장부가격보다 비싸게 팔렸다. 여기서는 매각 직전 분기가 아니라 그보다 한 분기 앞선 장부가격을 비교했다. 매각 직전에는 입찰과 실사 과정에서 확인된 가격이 이미 장부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 통계는 실제로 매각에 성공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시장에 내놓지 못했거나 매수자를 찾지 못한 기업까지 장부가격이 적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자자에게 돌아간 현금은 금융위기 수준
매각 거래금액이 늘었다고 해서 투자자에게 현금이 곧바로 돌아간 것도 아니다. 베인에 따르면 2025년 사모펀드가 투자자에게 돌려준 배당금은 순자산가치의 14%에 그쳤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기 어려웠던 수준이다. 이 비율이 15%를 밑돈 것은 4년 연속으로, 업계 최장 기록이다.
수익률도 주식시장에 미치지 못했다. MSCI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미국 사모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6.4%였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15.2%, 나스닥지수는 19.3%를 기록했다.
예전에는 5% 성장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12% 필요
베인은 달라진 사모펀드 시장을 ‘12가 새로운 5’라는 말로 설명한다.
10년 전에는 낮은 금리로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을 빌릴 수 있었다. 기업을 살 때 적용한 가격보다 팔 때 적용한 가격이 크게 높아지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의 실적을 크게 개선하지 않아도 차입과 시장가격 상승의 도움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베인이 제시한 사례에서 2015년 사모펀드는 기업 이익의 10배 가격에 회사를 사서 5년 뒤 12.5배에 팔 수 있다고 가정했다. 차입금리는 약 6%였다. 2025년형 거래에서는 이익의 14배 가격에 기업을 사지만 5년 뒤 매각가격은 15배로 가정했다. 처음부터 더 비싸게 사면서도 되팔 때 받을 수 있는 가격 상승 폭은 줄어든 것이다. 차입금리도 약 8%로 높아졌다.
쉽게 말하면 과거에는 싼 이자와 매각가격 상승이 수익을 함께 만들어줬다. 지금은 비싼 가격에 기업을 사서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 되팔 때 가격이 크게 오르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베인은 과거에는 기업의 이자·세금 등을 빼기 전 영업이익이 매년 5% 성장해도 5년 동안 투자금의 2.5배를 회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수익을 내려면 매년 10∼12% 성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 3만3575개의 적체는 단순히 거래 시장이 잠시 얼어붙은 문제가 아니다. 낮은 금리와 차입, 매각가격 상승에 기대던 과거의 투자 방식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사모펀드는 보유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려 원하는 가격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가격을 낮춰 팔고 투자자에게 현금을 돌려줘야 한다.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앞으로 사모펀드의 경쟁력은 장부에 적힌 수익률보다 실제로 얼마의 현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느냐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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