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백질 쉐이크 '플라이밀'을 키운 에프앤엘코퍼레이션이 지난해 매출 733.2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80.5%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71.2억원으로 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많이 팔았지만 남긴 돈은 크게 늘지 않았다.
불과 1년 전까지는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좋아졌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0.4%에서 2023년 9.1%로 올랐다. 2024년에는 16.8%까지 뛰었지만, 이듬해 9.7%로 내려왔다. 더 많이 팔고도 매출에서 남기는 이익의 몫은 줄었다.
공시 수치상 원가 부담이 커져서 생긴 변화는 아니었다.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61.8%에서 2025년 62.3%로 높아졌다. 다만 2024년 수치는 감사받지 않았고 2025년 감사의견도 '한정'이어서, 두 해의 원가율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수익성을 누른 것은 그다음 단계에서 쓴 판매·관리 비용이었다.
창업에서 유통 확장까지
성장의 출발점은 공유주방에서 구운 그래놀라였다. 이상훈·한송희 공동대표는 고려대 기업가 학회 'FES'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2020년 500만원으로 창업해 직접 제품을 팔았다.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고객층을 모았다. 이상훈 대표는 통계학을 전공하고 P&G에서 경력을 쌓았다. 사업개발과 영업, 유통전략을 경험한 뒤 창업에 나섰다. 회사는 청년창업사관학교 11기에 선발됐고, 2021년 2월 컴퍼니엑스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회사가 주목한 고객은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려는 2030 여성이었다. 당시 단백질 제품은 시니어 영양식과 운동 보충제에 쏠려 있었다. 플라이밀은 그 사이에서 맛을 앞세운 식사대용 쉐이크를 내놨다. 제품 개발의 비교 대상부터 일반 카페 음료로 잡았다. 신제품 하나에 최소 5개월을 들이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최대 40여 차례 진행했다. 단백질 토핑을 넣고 맛도 14종으로 늘렸다. 영양 성분뿐 아니라 먹는 즐거움으로 재구매를 겨냥한 전략이다.
온라인에서 쌓은 관심은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졌다. 플라이밀은 2023년 하반기 이마트24와 올리브영으로 판매처를 넓혔다. 유튜브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쌓던 중 올리브영 상품기획자가 회사에 먼저 입점을 제안했다. 올리브영에서는 2023년 8월부터 전국 1,3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됐다. 매출은 유통망 확대 시기를 거치며 가파르게 불어났다. 2021년 3.1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23.6억원으로 늘었다. 이어 2023년 111.2억원, 2024년 406.3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에서 찾던 제품을 매장에서 접할 기회가 커진 셈이다.
판매 품목도 쉐이크 바깥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플라이밀의 상온간편식 '마녀스프'가 대표적이다. 2025년 2월 올리브영 '올리브베러'에 입점했다. 2025년 2~7월 월평균 매출은 입점 전보다 384% 늘었다. 라이블링은 파우치형 식초 음료 '애사비 클렌즈'를 판매한다. 회사는 2024년 4월 화장품 OEM 제조·유통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플라이밀·라이블링에 이어 '리덴스' 등 신규 브랜드도 선보였다.
성장을 위한 비용 지출 구조
판매처와 품목을 늘리는 동안 비용 구조도 달라졌다. 2025년 판매비와 관리비는 385.2억원으로 111.0%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을 30%포인트 넘게 웃도는 속도다. 전년보다 늘어난 비용만 202.6억원에 달했다. 판매수수료는 23.7억원에서 105.0억원으로 343.8% 뛰었다. 반면 지급수수료는 52.6억원에서 20.3억원으로 61.5% 줄었다. 두 수수료를 합친 비중은 매출 대비 18.8%에서 17.1%로 낮아졌다. 2024년 재무제표가 미감사 자료인 만큼 수수료 계정 간 재분류 가능성도 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 지출도 크게 늘었다. 광고선전비는 49.3억원에서 114.1억원으로 131.7% 증가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12.1%에서 15.6%로 올라갔다. 매출 증가에는 더 많은 광고비를 투입한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품을 고객에게 보내는 운반비도 빠르게 불어났다. 28.7억원이던 운반비는 80.7억원으로 181.4% 늘었다. 판매촉진비 역시 1.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커졌다. 판매 확대에 필요한 비용이 여러 항목에서 동시에 증가했다.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은 전년보다 7.6%포인트 올랐다. 비용별로 뜯어보면 운반비가 3.9%포인트, 광고선전비가 3.4%포인트 올라 상승분 대부분을 차지했다. 판매촉진비도 1.2%포인트 늘었다. 반면 판매수수료와 지급수수료를 합친 비중은 오히려 1.7%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이익은 전년보다 205.4억원 늘었다. 하지만 판매·관리 비용이 202.6억원 증가하며 이를 거의 흡수했다. 영업이익 증가분이 2.8억원에 그친 이유다. 공시 수치상 이익률 하락은 수수료보다 운반비·광고비 부담 증가로 설명된다.
해외 시장 확장도 회사가 추진하는 성장 경로다. 회사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은 2025년 20%에서 2026년 상반기 40%로 높아졌다. 일본·중국·미국이 수출의 80~90%를 차지한다. 유럽 진출을 위해 영국 법인도 설립했다. 유통망과 해외 사업을 넓힌 시기에 관련 비용도 급증했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지출을 앞당긴 결과로 풀이된다.
구주 거래와 높은 퇴사율
성장세를 눈여겨본 투자자들이 17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투자 시점은 2025년 8월로 신영증권·KCA파트너스·IBK캐피탈·인비젼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회사는 투자금을 미국·동남아 확장과 인재 확보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시에서는 약 153억원이 기존 주주 지분을 사들인 구주 거래로 나타났다. 회사로 유입된 신주 대금은 약 21억원으로 나타났다. 보도된 투자 규모와 회사가 확보한 신규 자금은 구분해서 볼 대목이다.
외형 확대와 함께 조직의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감사보고서상 직원 수는 2024년 46명에서 2025년 89명으로 늘었다. 감사보고서상 판관비의 급여는 77.5% 늘어 매출 증가율보다 낮았다.
외부감사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는 절차적 한계도 드러났다. 처음 공시한 2025년 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은 '한정'이다. 감사인 마일스톤이 2025년 4월 30일 선임돼 기초 재고 실사에 입회하지 못한 것이 사유다. 대체 절차로도 해당 재고 수량에 관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전기인 2024년 재무제표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다. 한정 사유는 회계 부정 적발이 아닌 기초 재고 감사 범위의 제한이다. 급성장 뒤 감사 체계를 갖추며 생긴 절차적 한계로 읽힌다.
2025년 개별 기준 | 에프앤엘코퍼레이션 | 이그니스 | 그레인온 |
|---|---|---|---|
매출액 | 733.2억원 | 1,931.8억원 | 1,751.9억원 |
매출총이익률 | 62.3% | 46.4% | 61.8% |
영업이익률 | 9.7% | 3.2% | 6.3% |
※ 표 출처: 기업데이터 플랫폼 피치덱.
경쟁사보다 나은 수익성
수익성이 낮아졌어도 비교 기업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5년 개별 기준으로 이그니스와 그레인온 매출은 각각 1,931.8억원과 1,751.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각각 3.2%, 6.3%로 에프앤엘의 9.7%보다 낮았다.
에프앤엘은 세 회사 중 매출총이익률도 가장 높았다. 그레인온과의 차이는 0.5%포인트 안팎으로 크지 않다. 다만 2025년 매출원가에는 기초 재고 감사 범위 제한이 걸려 있어 이 차이를 단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관건은 넓힌 판매망에서 비용보다 매출을 빠르게 늘리는 일이다. 2025년 실적은 성장의 성과와 그에 든 비용을 함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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