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2 THUTHURSDAY, OCTOBER 22, 2026

김 한 장으로 매출 1,571억원…대천김은 어떻게 커졌나

김 한 장으로 매출 1,571억원…대천김은 어떻게 커졌나

4년 만에 매출 네 배, 영업이익 153억원…성장 뒤에는 재고와 원료 확보에 들어간 돈

밥상에 오르는 조미김, 명절에 주고받는 김 선물세트. 대천김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연간 1,5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천김의 2025년 매출은 1,571억원, 영업이익은 153억원이다.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네 배 이상으로 커졌다. 충남 보령에 본사를 둔 김 제조·판매업체가 생산과 유통 규모를 빠르게 늘린 결과다.

감사보고서에는 성장의 다른 면도 나온다. 이익은 늘었는데 영업활동에서는 2년 연속 현금이 빠져나갔다. 창고에 보관한 재고와 거래처에 미리 지급한 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김을 많이 파는 것만큼, 팔기 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380억원에서 1,571억원으로

대천김 법인은 2001년 조미김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브랜드의 뿌리는 더 오래됐다. 회사가 공개한 연혁에는 1986년 대천맛김 창업, 1987년 구이김 개발 등이 기록돼 있다.

최근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2021년 379.6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758.1억원, 2024년 1,303.3억원으로 늘었다. 2025년에도 20.6% 증가했다.

연도

매출

영업이익

2021년

379.6억원

9.4억원

2022년

531.6억원

33.1억원

2023년

758.1억원

72.2억원

2024년

1,303.3억원

114.5억원

2025년

1,571.4억원

153.0억원

자료: 대천김 각 연도 감사보고서, 개별 재무제표 기준.

매출만 커진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2.5%에서 2025년 9.7%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100원어치를 팔아 약 2.5원을 남겼다면, 지난해에는 약 9.7원을 남겼다.

사업은 제조와 유통을 함께 한다. 2025년 직접 제조한 제품 매출은 886.5억원, 상품 매출은 655.5억원이었다. 다른 곳의 물량을 가공해주는 임가공 매출도 29.1억원 발생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만나는 조미김 브랜드 뒤에 제조·유통·가공 사업이 함께 있는 셈이다.

보령의 김, 목포에서 만들어 해외로

대천김의 생산 거점은 보령에만 있지 않다. 전남 목포 대양산단의 제2공장도 있다. 이 공장은 지역 수출 통계와 관련한 보도에도 등장했다. 목포에서 생산한 김인데 본사가 다른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수출 실적이 그 지역에 잡히는 문제가 있었고, 전남도가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대천김이 사례로 소개됐다. 지역 특산품 이름을 가진 브랜드가 다른 지역의 생산시설을 활용해 해외에 판매하는 모습이다.

생산과 원료 조달에는 관계사들도 참여한다. 회사의 과거 연혁에는 생김공장인 길산수산을 자회사로 설립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최신 감사보고서에서는 해당 회사에 대한 지분 보유가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도 자회사라고 단정하기보다, 오래전부터 김 생산 과정에 관여해 온 이력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현재 거래 규모가 큰 곳은 별도 법인인 대천맛김이다. 2025년 대천김은 이 회사에 253.6억원을 팔고, 24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따라서 1,571억원을 모두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 금액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관계사 간 거래도 포함된 대천김 한 법인의 매출이다.

팔 김을 준비하는 데 먼저 들어간 돈

실적이 좋아졌는데 현금은 왜 줄었을까. 2025년 대천김의 순이익은 110.9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보다 나간 현금이 78.6억원 많았다. 2024년에도 66.7억원이 빠져나갔다.

가장 큰 이유는 재고와 선급금이다. 재고는 2024년 말 226.9억원에서 2025년 말 318.7억원으로 늘었다. 거래처에 먼저 지급한 선급금도 98.7억원에서 159억원으로 증가했다. 두 항목에 추가로 들어간 돈만 약 152억원이다.

재고가 늘었다고 해서 완성된 김이 팔리지 않고 쌓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 말 재고 가운데 원재료가 230.4억원으로 가장 컸다. 제조 중인 재공품도 59.4억원 있었다. 완성된 제품과 상품 재고는 합계 약 24.4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선급금의 흐름도 눈에 띈다. 선진수산영어조합법인과 어업회사법인 대륙 두 곳에 지급한 선급금이 약 139억원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 회사는 감사보고서에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납품 일정은 공개되지 않아, 이 돈이 어떤 원료를 언제 공급받기 위한 것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반면 판매하고 아직 받지 못한 외상대금은 줄었다. 매출채권은 약 137억원에서 11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현금이 묶인 주된 이유는 고객에게 돈을 못 받아서라기보다, 재고와 선지급금이 늘고 거래처에 갚을 외상값도 줄었기 때문이다.

공장 투자까지 늘어난 성장기

제품을 준비하는 돈 외에 설비에도 자금이 들어갔다. 2025년 건물과 기계 등 유형자산 취득에 지출한 현금은 97.4억원이었다. 전년 20.6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에게 쓰는 돈도 늘었다.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에 포함된 급여 합계는 51.1억원에서 76.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지출을 뒷받침한 것은 차입이었다. 차입금과 사채를 합한 잔액은 2024년 말 약 359억원에서 2025년 말 약 518억원으로 늘었다. 이자비용도 13.3억원에서 18.6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고 있지만, 이익 증가와 함께 자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천김의 최근 실적은 익숙한 먹거리가 얼마나 큰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매출이 늘면 원료를 준비하고 공장을 운영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드러낸다. 앞으로는 매출과 이익뿐 아니라 늘어난 재고가 판매로 이어지고, 미리 지급한 돈이 납품으로 돌아오는지도 중요하다.

밥상과 선물세트에서 쌓아온 친숙함이 더 넓은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과 판매의 확대가 안정적인 현금 회수로 연결된다면, 대천김의 성장은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 지역의 이름을 단 김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선택받으며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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