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손실 47억원 낸 뷰티셀렉션, 바이오던스 앞세워 2년 만에 매출 6배
젤리 같은 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이고 잠자리에 든다. 아침이면 투명해져 있는 이 팩은 한 홈쇼핑 쇼호스트의 사고 흉터에서 시작됐다.
팩의 이름은 ‘바이오던스’, 만드는 회사는 뷰티셀렉션이다.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로 출발해 건강기능식품과 패션까지 팔던 회사는 2023년 영업손실 47억원을 냈다. 그해부터 인플루언서 판매 밖으로 눈을 돌려 이 마스크팩을 앞세웠고, 지난해 매출 2,481억원과 영업이익 403억원을 올렸다.
사고 흉터에 붙였던 젤, 3억5,000만장이 되다
바이오던스를 만든 김미화 창업자는 홈쇼핑에서 화장품을 소개하던 쇼호스트였다. 큰 교통사고로 얼굴에 흉터가 남았고, 그는 올해 인터뷰에서 “카메라 앞에 설 자신감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회복 과정에서 그가 의지한 것은 병원에서 쓰는 하이드로겔 흉터 패치였다. 피부과 상담을 받고 성분 논문을 찾아 읽으며 이 젤을 얼굴 전체에 붙이는 마스크로 바꿔 보기로 했다.
바이오던스는 부직포에 에센스를 적시는 대신 에센스를 젤로 굳혔다. 붙여 두면 점점 얇아지고 투명해져 성분이 스며드는 과정이 눈에 보인다. 2021년 6월 출시된 이 제품은 올해 8월까지 누적 3억5,000만장이 생산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름이 한몫했다. 2022년 7월 아마존에 들어갔지만 설명만으로는 효과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오래 붙여 쓰라는 뜻에서 ‘오버나이트 마스크’로 이름을 바꾸자 반응이 왔다고 박재빈 대표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 창업자는 제품이 틱톡과 아마존 후기,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고 했다.
적자 47억원, 그리고 ‘선택과 집중’
뷰티셀렉션의 첫 모델은 인플루언서 판매였다.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고 팔면 판매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로, 2022년 당시 매출의 22.1%가 판매수수료로 나갔다. 같은 해 9월 알토스벤처스 주도로 130억원을 투자받았고 레드배지퍼시픽과 KB증권도 참여했다. 투자금이 들어오자 회사는 사람과 광고를 늘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급여는 38억원에서 76억원으로, 광고선전비는 9억원에서 67억원으로 불었다. 국민연금 가입자도 그해 7월 138명으로 당시 최고치를 찍었다.
제품 마진은 오히려 좋아졌다. 매출총이익률이 47%에서 67%로 뛰었지만 비용이 더 빨리 늘면서 영업손실이 47억원으로 커졌다. 회사는 2023년부터 인플루언서 판매 밖에서 성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고 밝혔다.
정리의 흔적은 숫자로 남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024년 12월 77명까지 줄었다. 2022년 121억원을 들여 지분 51%를 산 커머스 자회사 에스와이제이커머스는 손실과 손상 처리가 쌓이며 지난해 말 장부가가 1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표 1. 뷰티셀렉션 연도별 매출·영업이익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
2022년 | 312억원 | -19억원 |
2023년 | 416억원 | -47억원 |
2024년 | 1,357억원 | 268억원 |
2025년 | 2,481억원 | 403억원 |
출처: 뷰티셀렉션 각 연도 감사보고서(개별 기준). 2022년은 2023년 감사보고서 비교 수치.
수수료 대신 세포라…매출의 80%는 해외
몸집을 줄인 해에 실적이 폭발했다. 2024년 매출은 1,357억원으로 전년의 3.3배가 됐고, 영업이익 26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그해 미국 아마존 뷰티·퍼스널케어 전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판매 무대가 바뀐 흔적은 비용에 남았다. 매출 대비 판매수수료 비중은 22.1%에서 지난해 7.8%로 내려갔다. 대신 운반비와 수출 관련 비용을 합한 물류비가 2022년 11억원에서 지난해 333억원으로 늘었다.
회사는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미국 세포라 약 400개 매장에 들어갔고, 지금은 코스트코와 유럽 17개국 세포라, 영국 부츠 등 90개국에서 판다. 2024년 미국, 지난해 홍콩에 현지 법인도 세웠다.
파는 방식도 달라졌다. 2024년에는 매출의 95.7%가 자회사 등에서 완제품을 사들여 파는 상품매출이었다. 지난해에는 회사가 스스로 만든(위탁 생산 포함) 제품을 파는 제품매출이 2,380억원으로 95.9%를 차지했다. 조달을 맡던 자회사 코스베이직이 지난해 10월 문을 닫은 것을 보면 중간 단계를 걷어낸 것으로 보인다.
광고비 489억원…다시 판을 키우다
박 대표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품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매출이 3.3배 뛴 2024년에는 매출 대비 광고비 비중이 16.2%에서 11.0%로 오히려 낮아졌다. 지난해는 달랐다. 광고선전비가 489억원으로 전년의 3.3배가 돼 매출의 20%에 이르렀다. 미국 세포라 매장에 들어선 해와 맞물려, 입소문으로 연 시장을 광고로 넓히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 대가로 영업이익률은 19.7%에서 16.3%로 내려왔다. 해외에서 큰 K뷰티 브랜드들이 함께 겪는 흐름이기도 하다. 각 사 감사보고서(별도 기준)에 따르면 아누아 운영사 더파운더즈의 영업이익률은 34%에서 18%로 낮아졌다. 조선미녀 운영사 구다이글로벌도 43%에서 31%로 내려갔다.
표 2. 해외에서 큰 K뷰티 브랜드 운영사 실적
회사(대표 브랜드) | 2025년 매출 | 2024년 영업이익률 | 2025년 영업이익률 |
|---|---|---|---|
뷰티셀렉션(바이오던스) | 2,481억원 | 19.7% | 16.3% |
더파운더즈(아누아) | 7,156억원 | 34.1% | 18.4% |
구다이글로벌(조선미녀) | 4,565억원 | 43.3% | 30.6% |
비나우(넘버즈인) | 3,166억원 | 28.1% | 23.3% |
출처: 각 사 감사보고서(뷰티셀렉션은 개별, 나머지 3사는 별도 기준), 기업데이터 플랫폼 피치덱. 브랜드가 아닌 운영사 전체 실적. 구다이글로벌 2024년은 2025년 감사보고서의 비교 수치(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로 표시).
회사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한국콜마와 카버코리아(AHC)를 거친 이상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영입했다. 더파운더즈에서 아누아의 해외 영업을 이끈 신건식 최고사업책임자(CCO)도 합류했다. 코티 아메리카 그룹 사장을 지낸 앤드류 스탠릭은 자문을 맡았다.
회사는 올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매장이 늘어난 만큼 광고비를 다스리고, 마스크팩 다음 히트작을 내는 일이 남은 과제다. 흉터를 덮던 젤 한 장으로 세계 매장에 선 회사가 두 번째 장면도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