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산업 점검 ④] "대형마트 묶인 사이 공룡 됐다"… 규제 사각지대서 성장한 '식자재마트'](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1/15/1768442235368-0zam9e.webp)
유통산업발전법 10년, '풍선효과'로 식자재마트 급성장
"간판은 하나인데 법인은 쪼개기"
의무휴업·출점제한·영업시간 규제 '무풍지대'
2013년, 정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고, 심야 영업을 금지했으며,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규제의 빈틈을 파고든 '식자재마트'가 유통 시장의 새로운 포식자로 떠올랐다.
규제가 키운 식자재마트의 독주
대형마트와 SSM이 규제에 손발이 묶인 사이, 식자재마트는 무서운 속도로 골목 상권을 장악했다. 주요 식자재마트의 성장세는 수치로 증명된다.
'장보고식자재마트'는 2021년 3,976억 원이던 매출이 2024년 4,502억 원으로 증가했고 , '세계로유통' 역시 같은 기간 1,603억 원에서 1,979억 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특히 '마트킹'의 운영 법인 중 하나인 '센트럴홀딩스'는 2023년 375억 원에서 2024년 908억 원으로 1년 새 매출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정체된 대형마트의 성장세와 비교할 때, 식자재마트가 매출 및 매장 수 확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4시간 영업에 새벽 배송까지"… 법의 사각지대
식자재마트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철저히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이어야 대형마트로 분류되어 규제를 받는다. 식자재마트는 이 기준을 교묘히 피해 3,000㎡ 미만으로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야 하는 의무휴업일에도 식자재마트는 버젓이 영업할 수 있으며, 24시간 운영도 가능하다. 심지어 대형마트가 규제로 인해 시행하지 못하는 '새벽 배송'이나 온라인 배송 역시 식자재마트는 시간과 요일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 출점 제한 규정(등록제한) 또한 SSM에게만 적용될 뿐, 식자재마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건물 쪼개고 법인 나누고"… 꼼수 영업의 실태
일부 식자재마트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형적인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대표적인 수법은 '건물 쪼개기'다. 건축법상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일 경우 판매시설로 분류되어 입지 선정이 까다로워진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마트는 건물을 2~3개 동으로 쪼개 건축한 뒤, 통로를 연결해 하나의 매장처럼 운영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겉으로는 거대한 하나의 마트지만, 서류상으로는 작은 소매점 여러 개가 붙어 있는 셈이다.
'법인 쪼개기' 역시 횡행하고 있다. 연 매출 1,000억 원이 넘으면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방지 의무 등이 생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지점별로 별도 법인을 설립하거나, 가족 명의로 법인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실제로 수도권의 유명 식자재마트인 '마트킹'의 경우, 마트킹안녕, 마트킹권선, 마트킹북수원 등 지점별로 별도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법인의 매출은 300억~400억 원대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로마트' 역시 세계로더블유스토어, 세계로유통, 샤인유통 등 다수의 관계사로 매출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시장 보호? 식자재마트 배만 불렸다"
당초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는 대형마트를 규제해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대형마트의 빈자리를 전통시장이 아닌 식자재마트가 차지하는 '풍선효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 수준의 주차장과 편의시설을 갖추고도 규제는 동네 슈퍼마켓 수준으로 적용받는다"며 "이들이 골목상권의 블랙홀이 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보다 식자재마트가 더 무섭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의 역설 속에 비대해진 식자재마트에 대해, 이제라도 현실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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