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슈퍼마켓산업 점검 ③] "세제·맥주·아이스크림 다 뺏겼다"… 동네 마트, '쿠팡' 피해 '야채'로 배수진 여름 한철 장사는 옛말

[슈퍼마켓산업 점검 ③] "세제·맥주·아이스크림 다 뺏겼다"… 동네 마트, '쿠팡' 피해 '야채'로 배수진 여름 한철 장사는 옛말

공산품은 '쿠팡비즈'로 조달하는 역설적 현실 "승부수는 결국 신선식품"… 야채·청과 경쟁력이 마트 생존 가른다

"과거에는 여름 한 철 장사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맥주, 안주, 세제, 섬유유연제, 아이스크림이 날개 돋친 듯 팔렸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 시장을 쿠팡과 전문 할인점이 모두 가져갔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탄식이다. 동네 상권을 지키던 슈퍼마켓의 판매 공식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공산품과 가공식품 시장을 온라인 플랫폼과 편의점에 내주면서, 슈퍼마켓들은 생존을 위해 '신선식품(Grocery)'이라는 마지막 보루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산품 마진 포기"… 무너진 여름 특수

과거 슈퍼마켓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하던 세제, 휴지 등 부피가 큰 공산품과 음료, 주류 등 무거운 제품군은 이제 온라인 쇼핑의 주력 상품이 됐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마트의 전통적인 고매출 카테고리였던 아이스크림, 주류, 세제 등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아이스크림의 경우 우후죽순 생겨난 '아이스크림 할인점'과의 출혈 경쟁으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절박하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인근에 들어설 경우, 대리점주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슈퍼마켓은 원가 이하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대응하지 않으면 고객 발길이 끊긴다는 것이다. 식자재 수요마저 대형 식자재 마트나 대형마트로 쏠리고, 소량 구매는 편의점에 밀리면서 동네 슈퍼마켓의 입지는 좁아졌다.

슈퍼 사장님도 '쿠팡'에서 물건 뗀다

이러한 변화는 조달 구조의 기현상을 낳았다. 대형 유통망을 갖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제외한 개인 마트 점주들이 경쟁자인 '쿠팡'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청량리 등의 도매시장이나 이마트의 E클럽, GS비즈클럽, CS유통 등 다양한 사입 루트를 발로 뛰며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유능한 매니저의 덕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쿠팡의 사업자 전용 몰인 '쿠팡비즈'나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것이 도매상보다 저렴하고 빠른 경우가 많아졌다. 본지 분석 결과, 이미 상당수 슈퍼마켓이 쿠팡의 주력 상품을 피해 진열을 바꾸거나, 아예 쿠팡을 사입처로 활용하는 등 온라인 공룡의 영향력 아래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의 조건: "180평 매장, 일 매출 800만 원 넘어야"

수익성 악화 속에 생존을 위한 손익분기점은 더욱 높아졌다. 업계 통상 기준에 따르면 약 180평(약 595㎡) 규모의 중형 마트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평당 약 4만 5,000원, 즉 일 매출 800만 원 이상을 달성해야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SM 출점의 경우 배후 수요가 최소 1,500세대는 확보되어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롯데슈퍼의 '마켓999'처럼 소형 평수에 특화된 모델도 등장했으나, 일반적인 소형 마트는 편의점의 근접성과 상품 구색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마지막 승부수는 '야채와 청과'

결국 슈퍼마켓이 온라인과 편의점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눈으로 보고 고르는 '신선식품'뿐이다.

자료에 따르면 야채(Vegetables)와 청과(Fruits) 카테고리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30~45%를 차지하며, 예상 평균 마진율도 15~25% 수준으로 매장 수익의 핵심이다. 수산물은 마진율이 25~40%로 높지만, 재고 관리와 선도 유지가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다.

유통 전문가들은 "공산품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슈퍼마켓의 승부수는 결국 신선식품의 품질과 가격 관리에 달렸다"며 "1차 상품(농수축산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점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4년 유통 시장은 가격(P) 인상이 제한된 가운데 구매 건수(Q)를 늘려야 하는 싸움이 되었다. 쿠팡이 공산품을 장악한 시대, 동네 마트들은 매일 아침 들어오는 배추와 사과의 신선도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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