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1만9100대 출하…아지봇 44%로 유니트리 추월
중국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97%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의 아지봇(AgiBot)은 항저우의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자국의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와 드론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도 중국이 대량생산 경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출하된 로봇이 공장이나 물류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니트리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휴머노이드 매출의 70% 이상이 연구·교육 분야에서 나왔다.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가’와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격이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 숫자로 보면
구분 | 수치 | 기준·주의사항 |
|---|---|---|
세계 출하량 | 약 1만 9,100대 | SAG 집계, 2026년 상반기 |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 272% | 2025년 상반기 약 5,100대 |
중국 기업 비중 | 97% 이상 | SAG의 상반기 출하 대수 기준 |
아지봇 | 약 8,400대·44% | SAG 기준 세계 1위 |
유니트리 | 약 5,900대·31% | SAG 기준 세계 2위 |
두 회사 합계 | 약 1만 4,300대·75% | 세계 출하량의 4분의 3 |
2026년 세계 출하 전망 | 약 6만대 | SAG 전망치 |
중국의 2026년 생산 전망 | 10만대 이상 | 중국 공업정보화부 전망 |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SAG)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91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100대보다 272% 증가했다. SAG는 이 가운데 중국 기업 제품의 비중이 97%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도 이 조사 결과를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양산 경쟁을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조사에서는 중국의 비중이 이보다 낮게 나타난다. AP통신은 지난 7월 중국의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점유율을 약 85%로 전했다. 다만 기사에 구체적인 조사기관과 기간, 출하량인지 설치량인지 등의 산출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85%에서 97%로 단기간에 급등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사기관마다 휴머노이드의 범위와 출하·설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다른 조사에서도 중국 기업이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큰 흐름은 일치한다.
바퀴형까지 앞세운 아지봇, 유니트리 추월
아지봇은 올해 1∼6월 약 8400대를 출하해 SAG 집계상 세계 시장의 44%를 차지했다.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562% 증가했다.
유니트리는 약 5900대, 31%로 2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출하량을 합치면 약 1만4300대로 세계 전체의 75%에 이른다. 아지봇의 급성장은 다양한 제품 구성과 관련이 있다. 회사는 사람 크기에 가까운 이족보행 A시리즈뿐 아니라 소형 이족보행 X시리즈와 바퀴로 이동하는 G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공장과 물류창고처럼 바닥이 평탄한 공간에서는 두 발보다 바퀴가 안정성과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유니트리의 출하량은 주력 소형 이족보행 로봇인 G1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 교육기관과 연구소, 공연·전시용으로 공급된 제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달리기와 춤, 무술 동작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지만, 다양한 작업을 장시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휴머노이드’의 정의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SAG의 집계에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뿐 아니라 사람 형태의 상체를 갖춘 바퀴형 제품도 들어간다. 따라서 중국 기업이 이족보행 로봇만으로 세계 시장의 97%를 차지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97%는 매출이나 기술 수준이 아니라 SAG가 정한 제품 범위에서 집계한 출하 대수의 비중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에는 아직 통일된 제품 분류와 출하량 집계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두 회사의 경쟁, 자본시장으로
아지봇과 유니트리의 경쟁은 자본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상장 절차는 유니트리가 한발 앞서 있다.
유니트리는 지난 6월 1일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상장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7월 초 중국 증권당국의 상장 등록 승인을 받았다. 공모가는 주당 150.8위안으로 결정됐으며 8월 10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회사는 약 4,045만주를 발행해 61억위안을 조달할 예정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상장 시가총액은 약 610억위안이다. 상장이 마무리되면 유니트리는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하는 첫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이 될 전망이다.
유니트리는 다수의 휴머노이드 스타트업과 달리 이미 이익을 내고 있다. 2025년 매출은 약 17억위안으로 전년보다 네 배 이상 증가했고, 조정 순이익은 약 6억위안을 기록했다. 휴머노이드 부문 매출은 약 8억6800만위안으로 사족보행 로봇을 처음 넘어섰다.
중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도 이번 IPO에 참여했다. 딥시크는 1억4080만위안을 투자해 유니트리 주식 93만3399주를 전략적으로 배정받았다. 유니트리의 전체 지분 2.31%가 아니라 이번 전략 배정 물량의 2.31%에 해당한다. 두 회사는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과 유니트리의 기계공학·모션컨트롤 기술을 결합하기로 했다. 로봇이 낯선 환경을 이해하고 지시를 실제 동작으로 옮기도록 만드는 ‘로봇의 두뇌’가 협력의 핵심이다. 아지봇도 지난 7월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아직 상장 심사와 공모 청약 단계까지 진행된 것은 아니어서 유니트리보다 초기 단계다.
항저우에 등장한 두 개의 ‘로봇 학교’
중국 매체들은 최근 항저우에서 로봇들이 직업훈련을 받는 모습을 잇달아 소개했다. 정식 명칭이 ‘항저우 로봇학교’인 시설은 지난 6월 29일 항저우 청시 과기혁신회랑의 윈먼공원에서 문을 열었다. 저장대 로봇연구원과 저장성 품질과학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조성했으며, 산업·서비스·보안·문화 분야의 로봇 30대가 첫 ‘학생’으로 입학했다. 이곳은 사람이 직업교육을 받듯 로봇에 분야별 기술을 훈련하고 성능을 평가하는 시설이다. 기술학교와 보건학교, 예술학교, 체육학교 등 네 개 분야로 나뉘며, 훈련과 평가를 통과한 로봇에는 기능등급 인증서가 발급된다.
신화통신과 이를 인용한 해외 매체들이 ‘로봇 직업학교’라고 표현한 시설은 이 학교가 아니라 항저우 고신구 빈장에 들어선 ‘국가 인공지능 응용 중시기지(체화지능)’다. 이 중시기지는 지난 5월 16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중시’는 연구개발 결과를 양산에 투입하기 전에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기술과 제품을 시험·검증하는 단계를 뜻한다. 시범학교라기보다 연구실과 생산현장을 잇는 국가급 파일럿 검증 플랫폼에 가깝다.
신화통신은 로봇이 같은 작업을 반복해 배우는 모습을 학교에 빗대 소개했다. 보도 시점 기준 140대가 넘는 로봇이 스마트 주방과 물류창고, 농업, 갱내 작업 등 40여개 환경에서 훈련받고 있었다. 약 40개 기업과 10곳 이상의 대학·연구기관도 개발과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은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작해 정확한 동작을 반복하게 하고 센서가 이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람이 데이터 장갑과 동작 포착 장비를 착용해 로봇이 학습할 움직임을 수집하기도 한다. 이 같은 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가상환경에서는 잘 작동하는 로봇도 물체의 위치와 모양이 조금만 달라지거나 조명이 변하면 작업에 실패할 수 있다.
중국의 강점이 로봇 하드웨어를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하는 능력이라면, 로봇학교와 중시기지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와 기술을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의 로봇 경쟁이 제작 대수에서 작업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상업용 70%라지만…유니트리는 연구·교육이 73.6%
SAG는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가운데 산업·상업용으로 분류된 제품이 70%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50%에서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출하된 로봇의 70%가 공장에서 실제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산업용으로 구매했더라도 시험과 데이터 수집,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상업용에는 공연과 전시, 매장 안내 같은 용도도 포함된다.
유니트리의 증권신고서는 이런 간극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1∼9월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매출의 73.6%가 연구·교육 분야에서 발생했다. 상업·소비용은 17.4%, 산업 응용은 9.0%에 그쳤다. 두 통계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집계 기준이 다르다. SAG 통계는 2026년 상반기 세계 출하량을 대상으로 산업과 상업을 합쳐 분류한 수치다. 유니트리 자료는 2025년 1∼9월 한 회사의 휴머노이드 매출을 연구·교육, 상업·소비, 산업 응용으로 나눠 집계한 결과다.그럼에도 유니트리의 매출 구조는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의 주된 수요처가 어디인지 보여준다. 산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대학과 연구기관, 기술기업의 연구개발 및 2차 개발 수요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SAG도 로봇 하드웨어의 양산 속도가 인공지능 모델과 신뢰성, 조작 정확도 등 기반 기술의 성숙도보다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작업 데이터와 안전성, 비용도 대규모 보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10만대 생산’과 ‘6만대 출하’의 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간샤오빈 과학기술사 부사장은 지난 7월 7일 세계인공지능대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2026년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더와이어차이나도 중국이 기록적인 수의 휴머노이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 많은 로봇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아지봇과 유니트리도 2025년 합산 판매량이 1만 1,000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정부의 생산 전망은 SAG가 예상한 올해 세계 출하량 약 6만대보다 많다. 두 숫자는 제품 정의와 조사 범위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생산량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대수를 뜻하지만 출하량은 고객이나 유통망에 전달된 수량이다. 판매되지 않은 재고와 시험용 제품이 생산량에 포함될 수 있고, 기업이 확보한 생산능력이 실제 가동률이나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가 물체를 정교하게 다루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려면 판단력과 안전성, 배터리 지속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연용 동작을 몇 분간 보여주는 것과 생산라인에서 매일 장시간 일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 신규 모델에 시장 진입 관문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는 미국 규제라는 변수도 생겼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말 외국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을 규제 대상 목록에 추가했다.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로봇이 미국에서 판매되려면 FCC 기기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아직 승인을 받지 않은 외국산 신규 모델은 별도의 예외 승인을 받지 않는 한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 규정은 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중국 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중국산 로봇 전면 수입 금지’라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다. 이미 FCC 승인을 받은 모델은 미국에서 계속 수입·판매·마케팅할 수 있다. 소비자가 구입해 사용 중인 제품에도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연방정부의 중국산 로봇 구매와 사용도 이번 FCC 조치가 직접 규율하는 영역은 아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연방정부가 중국 등 적대국에서 생산된 로봇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별도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규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유니트리에 가볍지 않은 변수다. 유니트리는 공시 대상 각 기간에 해외에서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올렸다. 2025년 미국 매출 비중은 13.3%였다.
유니트리의 기존 제품은 FCC 승인을 받아 계속 판매할 수 있지만 앞으로 출시할 신규 모델은 미국 진입이 막힐 수 있다. 회사도 상장 과정에서 미국 규제가 향후 해외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제조 능력은 입증…다음 시험대는 실제 수요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생산 경쟁에서 앞선 것은 분명하다. 모터와 센서, 배터리 등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제조업 현장을 시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지원과 지방정부의 실증사업, 활발한 투자도 기업들의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출하량 97%가 곧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의 최종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장 규모가 아직 작고 조사기관마다 휴머노이드의 정의와 출하량 집계 방식도 다르다.
무엇보다 생산된 로봇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고객과 경제성 있는 작업을 확보해야 한다. 유니트리가 공모가에 반영된 높은 기대를 입증하려면 연구·교육 중심의 수요를 실제 산업현장으로 넓혀야 한다. 아지봇 역시 빠르게 늘어난 출하량이 반복적인 구매와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의 승부는 로봇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출하된 로봇이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얼마나 오래, 정확하게, 사람의 도움 없이 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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