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2 THUTHURSDAY, OCTOBER 22, 2026

빌리는 이자 5%, 거리엔 폭동…프랑스의 빚과 정치 악순환

빌리는 이자 5%, 거리엔 폭동…프랑스의 빚과 정치 악순환

독일과 금리 차 약 1.6%포인트…예산안 막힌 정부, 23일 무디스 신용등급 검토

10월 21일 프랑스가 10년 동안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가 장중 연 5%를 넘었다.

200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대형 마트 까르푸 주가는 13.8%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나라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거리의 혼란은 기업 실적까지 흔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지만 프랑스의 오름폭은 유독 크다. 의회에 막힌 예산안과 거리의 반발이 빚을 줄여야 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가 해법을 내놓지 못할수록 돈을 빌려주는 쪽의 걱정도 커지는 악순환이다.

독일보다 더 내는 이자

로이터가 집계한 21일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002%였다. 정부가 돈을 빌리고 10년 뒤 갚기로 한 채권의 금리다. 이 금리가 오르면 정부가 새로 돈을 빌릴 때 부담할 이자도 커진다.

독일은 유럽에서 돈을 가장 안전하게 빌려줄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프랑스가 독일보다 이자를 얼마나 더 내는지 보면 시장의 걱정을 알 수 있다. 프랑스를 불안하게 여길수록 돈을 빌려주는 쪽은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 그 차이는 9월 말 약 1.2%포인트에서 이달 21일 약 1.6%포인트로 벌어졌다. 독일보다 더 내는 이자가 이렇게 커진 것은 세계 금리가 함께 오른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독일계 보험사 알리안츠가 10월 9일 낸 보고서도 프랑스 금리가 더 많이 올랐다고 짚었다. 비교 기간은 올해 초 중동 위기가 터진 때부터 10월 초까지다. 이 위기로 에너지값이 뛰면서 세계 금리도 함께 올랐다. 이 기간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프랑스가 1.50%포인트 올랐다. 미국은 1.15%포인트, 독일은 0.83%포인트 올랐다. 프랑스의 문제는 금리 수준보다 오르는 속도다.

날짜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

독일보다 더 내는 이자

2026년 9월 29일

4.81%

약 1.2%포인트

2026년 10월 20일

4.88%

약 1.5%포인트

2026년 10월 21일

장중 5.002%

약 1.6%포인트

주: 우니오네사르다, 로이터

한 해 생산보다 많은 나라 빚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정부의 빚은 이미 크다. 프랑스 통계청 집계로 올해 6월 말 정부부채는 3조5,955억 유로다. 온 나라가 한 해 동안 만들어 낸 모든 가치, 곧 국내총생산의 119%다. 나라 전체가 1년 동안 번 것보다 정부 빚이 더 많은 셈이다. 해마다 모자라는 살림도 빚을 보탠다. 지난해 프랑스 공공 부문은 번 돈보다 1,525억 유로를 더 썼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사회보장 부문을 합친 액수다. 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5.1%였다.

올해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5.4%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건 내년 목표는 5.0%다. 목표를 이뤄도 유럽연합 기준인 3%를 웃돈다. 해마다 모자라는 돈을 줄여도 적자가 남으면 빚은 더 쌓인다.

빚 갚을 능력에 점수를 매기는 신용평가회사들은 이미 경고했다. 피치는 지난해 9월, S&P는 그해 10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두 회사 모두 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로 낮췄다. 정부가 살림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되찾아야 이자 부담도 덜 수 있다.

막힌 예산안과 거리의 불만

살림을 고치려면 의회를 통과할 예산안이 필요하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정부는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 뜻만으로 지출과 세금을 바꾸기 어렵다. 하원 재정위원회는 10월 9일 예산안 가운데 세금 등 나라 수입 계획을 반대표로 막았다. 13일부터 하원 전체 회의에서 토론을 시작했지만 합의는 늦어졌다. 19일에는 다음 날로 잡혔던 이 부분의 표결이 미뤄졌다.

거리의 불만은 학교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비좁은 학급과 부족한 교사, 낡은 시설을 문제 삼았다. 노조와 노란조끼 운동 지지층이 합류하면서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로 커졌다. 예산을 줄여야 하는 정부 앞에 서비스를 더 낫게 하라는 요구가 놓인 것이다.

17일 토요일 전국 시위에는 로랑 뉘네스 내무장관 추산으로 약 55만 명이 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과 약탈이 벌어졌다.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정부가 임명해 지역에 보낸 도지사들에게 지역별 통행금지를 지시했다. 그날 밤 파리 일부 지역과 리옹, 니스, 릴 등에서 시행됐다. 정해진 밤 시간에 특정 구역에 들어가거나 머물지 못하게 한 조치다. 일부 도시는 미성년자에게만 적용했다.

까르푸의 실적 전망 하향

거리의 혼란은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까르푸는 매장 약 50곳이 폭동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매장을 고치는 비용은 1,000만 유로를 훨씬 넘을 전망이다.

까르푸는 20일 저녁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다. 마티외 말리주 최고재무책임자는 영업이익이 8,000만~2억 유로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본업인 장사로 남기는 이익이다. 피해는 매장 수리에서 끝나지 않고 올해 장사 전체로 번질 수 있다. 21일 까르푸 주가는 하루 만에 13.8%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거리의 혼란이 길어질 때 생길 손실을 주식시장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폭동 전부터 커진 르펜 변수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는 시장은 내년 대선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누가 이길지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쪽에 걸린 값, 곧 시장이 매긴 당선 가능성이 여름 이후 크게 올랐다. 유권자에게 누구를 찍겠느냐고 묻는 여론조사와는 다르다.

르펜은 공금 유용 사건으로 출마 금지형을 받았지만, 7월 7일 항소심 판결로 내년 대선에 나갈 길이 열렸다. 예측시장 가격의 큰 상승은 그 뒤에 일어났다. 10월 17일 폭동이 벌어진 주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여론조사기관 이포가 8월 말 실시한 조사에서 르펜의 대선 1차 투표 지지율은 맞붙는 후보에 따라 33~35%였다. 이 조사는 폭동 전에 나왔다. 르펜의 강세가 이번 폭동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뜻이다.

예산을 처리하지 못하는 정부와 집권을 노리는 극우가 함께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당장의 예산 합의에 더해 내년 대선 이후에도 빚을 줄여 나갈 수 있을지가 프랑스 정치에 남은 과제다.

다음 시험대, 무디스 신용등급 검토

독일보다 더 내는 이자는 아직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고점보다 낮다. 금리 차가 벌어졌다고 곧바로 그때 같은 위기가 온 것은 아니다. 지금 눈여겨볼 것은 지난달 말 이후 빠르게 커진 격차다. 빚 걱정이 이자를 올리고, 살림을 줄이려는 정부는 거리의 반발에 부딪힌다. 정치가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빚을 갚을 수 있느냐는 걱정이 다시 커진다. 독일보다 더 내는 이자에는 정치가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느냐는 시장의 판단도 담긴다.

다음 시험대는 10월 23일 금요일로 예정된 무디스의 프랑스 신용등급 검토다. 결과는 이날 유럽 증시가 문을 닫은 뒤 나온다. 현재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앞으로 빚 갚을 능력에 매긴 점수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경고다.

21일의 금리 5%는 나라 빚 숫자만으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정부가 예산을 처리하고 거리의 불만에 답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무디스의 검토를 앞둔 프랑스에는 두 문제를 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동열 기자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

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

#Global#Ri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