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각] "삼성·하이닉스 흔들리자 182조 증발"… 외신이 한국 국민연금에 '경보'를 울린 이유](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10/20/1792471105350-xhzelg.webp)
6월 말 대비 국민연금 주요 주식 평가액 182조 4,000억 원 감소… 35.3% 급감
전체 손실의 71.8%가 SK하이닉스(74.2조)·삼성전자(56.9조) 두 종목에서 발생
블룸버그·중남미 매체 일제히 조명… "두 종목에 묶인 노후 자금 구조와 리밸런싱 공백이 문제"
지난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급락하자, 바다 건너 외신들은 한국 증시 지수보다 '한국인의 노후 자금'을 먼저 들여다봤다. 불과 석 달 반 사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가치가 182조 원 넘게 줄어든 사실을 두고, 해외 매체들은 특정 반도체 기업 두 곳에 국가 연금이 과도하게 묶여 있는 한국 시장의 취약성을 집중 조명했다.
석 달 반 만에 날아간 182조 원… 10원 중 7원은 '반도체 투톱'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멕시코 블룸버그 리네아(Bloomberg Línea) 등 해외 주요 매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 집계를 인용해 "한국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요 상장사 주식 가치가 182조 4,000억 원(약 1,370억 달러) 감소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 의무가 있는 국내 상장사 287곳의 주식 가치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 6월 30일 기준 515조 9,293억 원에 달했던 이들 종목의 평가액은 주가 폭락이 이어진 10월 15일 기준 333조 5,330억 원으로 35.3%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은 앞선 2분기(4월 1일~7월 6일) 동안 역대 최대치인 189조 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불과 한 분기 만에 그 수익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분기 기준 마이너스 전환 위기에 놓였다. (※ 매체에 따라 환율 적용 시점 차이로 손실 규모를 1,370억 달러에서 1,320억 달러 사이로 표기하고 있으나, 원화 기준 감소액은 약 182조 4,000억 원으로 동일하다.)
외신이 가장 주목한 대목은 손실의 쏠림 현상이다. 줄어든 182조 3,963억 원 가운데 무려 71.8%(131조 971억 원)가 단 두 종목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장 타격이 컸던 종목은 지난주에만 24.3% 급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낸 SK하이닉스였다. 국민연금이 들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 가치는 6월 말 대비 74조 2,261억 원 줄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의 SK하이닉스 지분율도 7.5%에서 7.32%로 소폭 낮아졌다. 삼성전자 지분(지분율 7.84% 유지) 가치 역시 같은 기간 56조 8,710억 원 감소했다. 이 밖에도 SK스퀘어(-10조 8,698억 원), 삼성전기(-7조 5,914억 원), 현대차(-약 3조 원), 삼성물산(-약 2조 8,000억 원) 등 주요 대형주에서 일제히 평가액이 빠졌다.
중남미 매체들이 유독 '경보(Alarma)'를 울린 까닭
흥미로운 점은 이 뉴스가 소비되는 지역별 온도 차다. 북미와 유럽 매체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줄 경색이나 반도체 장비주(ASML 등)의 연쇄 하락에 초점을 맞춘 반면, 멕시코·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중남미 주요 경제지들은 일제히 '국민연금 타격'을 머리기사로 뽑았다. 특히 아르헨티나 경제 매체 암비토(Ámbito)는 20일 새벽 보도에서 한국 연기금의 손실 소식에 '경보(Alarma)'라는 단어를 달아 긴급 타전했다.
중남미 언론이 한국의 연기금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자국의 연금 구조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나 소수 대형주에 국가 경제와 연기금 수익률이 좌우되는 중남미 국가들 입장에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조차 단 두 개의 반도체 기업 주가에 국민의 노후 자금이 통째로 흔들리는 현상을 남의 일로 보지 않은 것이다.
"팔지도 사지도 못한 국민연금"… 도마 위에 오른 리밸런싱 중단
해외 매체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내에서 정치적·정책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주가가 떨어져서 난 장부상 평가손실(미실현 손실)이라는 점 못지않게, 폭락장에서 국민연금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최근 폭락장에서 시장 안정판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올해 상반기 단행된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일시 중단' 조치를 지목했다.
원래 연기금은 특정 주식 가격이 많이 오르면 일부를 팔아 수익을 확정하고(비중 축소), 반대로 주가가 급락하면 싸진 주식을 사들여(저가 매수) 전체 자산 비중을 맞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대규모 주식 매도가 증시에 미칠 충격을 줄이겠다며 지난 1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국내 주식 리밸런싱을 일시 중단했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고점 부근에서 비중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정작 10월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한 주 만에 11조 2,100억 원을 쏟아낼 때 저가 매수에 나설 여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287개 조사 대상 종목 중 176개 종목의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지분율을 늘린 SK이노베이션에서 평가액이 9,041억 원 늘어나는 등 일부 방어한 종목도 있었다. 또한 이번 182조 원 감소는 주식을 실제로 팔아서 확정된 손실이 아니라 주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평가액 감소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 향방에 따라 회복될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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