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픽] 100억 이상 투자 받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어디에 사는가? (2)](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6/02/1780375811261-j1g35k.webp)
앞선 분석에서 우리는 투자받은 비상장 기업 대표들의 거주지가 강남·서초를 중심으로 한 좁은 권역에 모여 있음을 동(洞) 단위까지 확인했다. 이번에는 한 층 더 내려간다. 동이 아니라 '아파트'다.
대상은 누적 100억 원 이상을 조달한 비상장 기업의 현직 대표 2,100여 명 이다. 단지가 확인된 대표 1,830명 가운데 약 8명 중 1명(12%)이 단 스무 곳의 건물에 모여 산다. 그리고 그 스무 곳은 성격이 다른 세 갈래로 갈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순위표가 특정 동네의 밀도를 오히려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초구 반포동에는 100억 클럽 대표가 75명 사는데, 이들은 한두 단지가 아니라 무려 24개의 서로 다른 단지에 흩어져 있다. 반포자이·래미안원베일리·래미안퍼스티지·반포리체 같은 랜드마크 4곳에 44명이 몰려 있고, 나머지 31명은 아크로리버파크·래미안원펜타스·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등으로 퍼진다. 반포라는 동네 자체가 '신축 명문 단지의 집합'이라는 뜻이다.
신축 대단지로 향하는 신흥 자본
TOP을 차지한 건 압구정도, 한남도 아닌 2010년대 이후 입주한 신축 대단지였다. 1위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 입주한 9,510세대 규모로,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국내 최대 단일 단지다. 2위 개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2023년 입주한 6,702세대 신축이고,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잠실 파크리오(2008년)·개포자이프레지던스도 모두 비교적 새 건물이다.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 경향은 더 분명해진다. 이들 신축 단지군에 사는 대표들은 중위 연령 48세로 가장 젊고, 중위 누적 조달액도 370억 원으로 가장 컸다. 가장 큰 돈을 끌어온, 가장 젊은 창업자들이 가장 새 건물로 향한다는 뜻이다. 넓은 평형과 풍부한 커뮤니티 시설, 그리고 현금 유동성이 받쳐 줄 때 가능한 진입 타이밍이 맞물린 결과로 읽힌다.
구축 명문에 남은 전통 자산
그렇다고 전통 프레스티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4위 압구정 현대아파트(15명)는 1970~80년대에 지어진 대표적 구축이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지킨다. 강남 도곡동의 도곡렉슬·타워팰리스(각 8명)도 마찬가지다.
다만 결이 다르다. 이 구축 명문 단지군 거주자의 중위 누적 조달액은 208억 원으로 세 갈래 가운데 가장 작았다. 명문 단지의 '주소'가 곧 최대 조달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랜 자산가 1세대와 신흥 스타트업 대표가 한 단지에 섞여 사는, 한국 자본의 세대 교차가 일어나는 지점이되 그 무게중심은 분명히 신축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판교가 세운 자기만의 '마을'
가장 또렷한 변화는 강남이 아닌 곳에서 나왔다. 성남시(분당·판교)에 사는 100억 클럽 대표는 192명에 이르고, 그중 약 80명이 백현마을·판교원마을·봇들마을·산운마을 같은 '마을' 브랜드 단지에 거주한다. TOP20 안에만 판교·분당 단지가 다섯 곳 들어왔다.
이전 기사([데이터픽] 상장사 CEO 2,684명 거주지 대해부… 1위 아파트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신흥 부촌 '판교·수지'도 약진 | News Epoch | News Epoch)에서 상장사 현직 대표들의 주요 주거지가 강남구 타워팰래스, 현대아파트, 서초구 반포자이, 래미안퍼스티지, 용산구 한남 더힐 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상장기업들의 대표들의 거주 아파트는 결이 조금 다르게 나왔다.
이 판교·분당 거주자들은 중위 연령 54세로 세 갈래 중 가장 높았고, 중위 조달액은 291억 원으로 신축군과 구축군 사이에 자리했다. 테크 자본이 서울 강남으로 흡수되는 대신, 판교테크밸리를 중심으로 자기만의 거주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옥(판교)과 거주지(판교 마을)가 한 권역에서 완결되는, 강남과는 다른 자족형 자본권의 모습이다.
강남도 판교도 아닌, 성수라는 제3지대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신호가 하나 더 있다. 성동구다. 100억 클럽 대표 69명이 성동구에 살고, 그중 28명이 성수동에 거주한다. TOP20에 든 서울숲더샵(행당동)이 그 거점이다. 디타워·성수동 일대가 신생 IT·콘텐츠 기업의 밀집지로 떠오르면서, 강남의 격식도 판교의 자족성도 아닌 '직주근접형 도심 클러스터'가 제3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규모는 아직 강남·판교에 미치지 못하지만, 젊은 창업 자본이 향하는 새 좌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상장사 대표이사들의 데이터에서 인천 송도동이 5위로 올라왔던 것을 기억해보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비상장기업들의 거주지에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성수가 등장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동 단위가 아니라 아파트나 건물 단위까지 내려가도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받은 비상장 기업 대표들의 거주지는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고, 스무 곳 남짓한 단지에 눈에 띄게 모인다. 다만 그 안의 결은 하나가 아니다. 회사가 큰 자금의 투자금을 유치하더라도 신축 대단지로 향하는 신흥 자본, 작은 규모로 구축 명문에 남은 전통 자산, 판교에 자기 권역을 세운 테크 자본, 그리고 성수로 향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물론 이는 거주지의 분포일 뿐, 어느 단지에 살아야 투자를 더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투자 받은 기업의 대표들이 지금 어느 지역에 거주를 선호하는지, 그리고 그 무게중심이 구축에서 신축으로, 강남에서 판교·성수로 어떻게 번지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처음으로 확인해 본 사례라는 점에서 재미로 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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