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29 MONMONDAY, JUNE 29, 2026

국민연금 노후 자금 247조, 사고팔기 어려운 해외 자산에 — 대체투자 비중 일본의 10배

국민연금 노후 자금 247조, 사고팔기 어려운 해외 자산에 — 대체투자 비중 일본의 10배

국민연금이 굴리는 노후 자금의 16%, 247조원이 '대체투자'에 들어가 있다. 사모펀드·인프라·부동산처럼 한번 담으면 사고팔기 어렵고 정보 공개도 적은 비상장 자산이다. 그 비중은 일본 공적연금(1.6%)의 약 10배다. 좁은 국내시장과 기금 고갈 전망 속에 더 높은 수익을 노린 결과이지만, 그만큼 한국의 노후 자금은 나중에 팔기 어려운 자산에 묶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은 지난 20여 년 국내 채권에서 해외로, 또 상장 자산에서 비상장으로 옮겨 왔다. 2003년 0.8%에 불과하던 해외투자 비중은 이제 58%로, 사모펀드 같은 비상장 대체투자도 16%로 불었다. 한국 노후 자금의 운용 구조가 그만큼 달라졌다.

연기금 배분: 국민연금 대체 16%, 일본 GPIF 1.6%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2026년 3월 말 기금 1,526조원 가운데 대체투자는 247.6조원으로 16.2%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90%인 약 224조원이 해외 자산이고 국내는 24조원에 그쳐,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사실상 해외 비상장 투자다. 해외투자 전체로 넓히면 비중은 58.1%(886.2조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채권 위주이던 포트폴리오를 해외와 비상장 자산으로 다변화해 온 결과다. 2012년만 해도 기금의 절반 이상이 국내 채권이었지만, 그 비중을 꾸준히 줄이며 자금을 해외주식과 대체투자로 돌렸다. 해외주식 비중만 봐도 2020년 23.1%에서 2024년 35.5%로 늘었다.

국민연금과 가장 견줄 만한 상대가 일본 GPIF다. 세계 최대 연기금(운용자산 약 277조 엔, 약 1조 8,700억 달러)인 데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저출생에 따른 연금 지속성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압력 속에서 두 기금은 정반대로 갈렸다. GPIF는 2014년에야 일본국채 위주 운용에서 벗어나 국내외 주식·채권에 각각 25%씩 나누는 정책을 도입했다. 대체투자는 독립 자산군으로 두지 않고 채권·주식 안에서 위험·수익 성격에 따라 분류하며, 전체의 5%를 상한으로 정해 두었다. 실제 비중은 그 상한에도 못 미치는 1.6%, 금액으로는 약 273억 달러다(약정액 기준으로는 인프라·부동산·사모펀드를 합쳐 약 480억 달러). 운용자산은 GPIF가 국민연금보다 크지만, 대체투자 비중만 보면 한국이 약 10배다.

이런 움직임은 국민연금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기관 전반이 해외 비상장 자산으로 자금을 옮겨 왔고, 한국 증권사들이 그런 펀드를 어떻게 들여오는지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공시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美 SEC 공시에서도 한국이 미국 외 1위

미국 SEC의 사모펀드 공시(Form D)에는 그 펀드를 각국 투자자에게 파는 판매대행사(placement agent)가 소재 국가와 함께 적힌다. 뉴스 에포크가 블랙스톤·KKR·칼라일 등 글로벌 운용사들의 펀드를 모아 그 칸에 적힌 판매대행사를 소재국별로 집계하니,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 증권사가 등재된 펀드가 가장 많았다.

순위

판매대행사 소재국

펀드 수

1

미국

417

2

한국

87

3

영국

82

4

홍콩

62

5

칠레

54

6

싱가포르

48

10

일본

21

증권사명이 아니라 운용사명으로만 펀드를 찾아 국가별 검색 편향을 없앤 집계다. 별도로 주요 증권사명으로 발굴한 다른 표본(1,082개 펀드)에서도 순위는 같았다 — 미국 735, 한국 251, 영국 152, 홍콩 102, 일본 70. 두 표본 모두에서 한국은 미국 외 1위였고, 여기서도 일본은 한국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이었다. 연기금 배분에서 본 한·일 격차가 펀드 판매 기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런던·홍콩은 운용사 자회사, 한국은 독립 증권사

순위만큼 중요한 것은 숫자의 성격이다. 한국 다음인 영국·홍콩·싱가포르의 등재 건은 상당수가 운용사 한 곳, 브룩필드(Brookfield)가 각국에 세운 자체 판매 법인이다. 영국 82개 중 33개가 'Brookfield Private Capital (UK)', 홍콩 62개 중 26개가 'Brookfield Advisors (Hong Kong)', 싱가포르 48개 중 34개가 'Brookfield Singapore'다.

반면 한국의 87개를 채운 것은 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증권 같은 독립 증권사다. 운용사 자회사가 아니라, 한국 기관투자자에게 외부 펀드를 파는 제3자 채널이다. 영국·홍콩 숫자에서 브룩필드 같은 운용사 자회사를 걷어내면, 한국과의 격차는 87대 82보다 훨씬 벌어진다.

KB·미래에셋·삼성이 파는 건 블랙스톤·KKR 펀드

한국 증권사가 판매대행사로 등재된 해외 사모펀드는 현행 210개, 한때 등재됐다 빠진 곳까지 더하면 누적 222개다. 그중 94%에 KB·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 5개사 중 한 곳이 끼어 있고, KB증권이 61개로 가장 많다.

등재된 펀드의 운용사는 글로벌 최상위급이다. 블랙스톤 부동산 펀드(Blackstone Real Estate Partners X.F, 누적 282억 달러)에 한국투자증권이, 블랙스톤 8호 바이아웃 펀드(245억 달러)에 NH투자증권이, KKR 아시아 4호(132억 달러)에는 NH·삼성·유진·한국투자 4곳이 동시에 판매대행사로 올라 있다.

격차의 배경: 좁은 내수시장과 고갈 전망

격차의 배경은 시장 구조에 있다. 한국 증시는 전 세계 시가총액의 2%에 못 미친다. 1,526조원으로 불어난 국민연금이 이 돈을 국내에만 담으면 시장을 과도하게 점유해 분산이라는 원칙이 무너진다. 커진 기금이 좁은 내수를 벗어나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기금 고갈 전망이 더해진다. 소진 시점은 2025년 연금개혁(보험료율 9→13%)으로 기존 2056년에서 2064년으로 늦춰졌고, 최근 운용 성과를 반영하면 2069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추계도 나온다. 그래도 기금이 언젠가 정점을 지나 줄어든다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다. 목표수익률을 끌어올리려면 상장 주식·채권만으로는 부족해 사모펀드·인프라 같은 고수익 비상장 자산으로 배분을 옮기게 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목표 비중을 13%대에서 15% 내외로 높여 왔다.

일본의 선택은 달랐다. GPIF도 자산의 절반가량을 해외에 두지만, 그 해외 투자는 주식·채권 같은 상장 자산에 머물렀다. 대체투자를 전체의 5%로 묶어 부속 자산으로만 운용하는 보수적 방침, 그리고 자금을 담아 둘 깊은 일본국채 시장이 비상장 확대를 막았다. 두 나라 모두 해외로는 나갔지만, 한국은 비상장으로, 일본은 상장 자산으로 방향이 갈렸다.

비상장으로 옮겨간 노후 자금, 현금화가 다음 과제

출처도 방식도 다른 두 데이터가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연기금 배분에서 한국의 대체투자 비중은 일본의 약 10배이고, 미국 SEC 판매 기록에서도 한국은 미국 외 1위다. 한국 기관이 노후 자금을 해외 비상장 자산으로 옮긴 폭이 일본보다 두드러지게 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만 해도 대체투자가 247조원, 그 90%가 해외 자산이고 상당 부분은 한번 들어가면 사고팔기 어렵다. 기금이 정점을 지나 연금 지급을 위해 자산을 팔아야 하는 국면에 들어서면, 이를 제때 현금화할 수 있느냐가 남은 과제다.


이 기사는 News Epoch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사모펀드 공시(Form D)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일본 GPIF의 자산 배분 자료를 The Proxy 수집·분석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해 작성했습니다.

판매대행사 소재국 순위는 SEC EDGAR 전문검색(EFTS)으로 글로벌 운용사 40곳의 펀드(1,134건)와 주요 증권사명으로 발굴한 펀드(1,082건)를 모아, 각 펀드의 판매대행사 주소 국가로 분류한 결과입니다. 한국 소재 판매대행사는 주요 증권사명으로 사실상 전수에 가깝게 집계했고, 국가 간 비교는 글로벌 운용사명 발굴과 증권사명 발굴 두 방식으로 각각 추출해 순위가 일치하는지 교차 확인했습니다. 전체 Form D를 전수한 것은 아니어서 각국의 절대 펀드 수에는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이 미국에 이어 가장 많다는 순위는 두 방식에서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판매대행사 등재는 해당 증권사의 유통 권한을 뜻할 뿐, 펀드별 한국 투자 금액과는 무관합니다. 국민연금·GPIF의 자산 배분 수치는 각 기금운용본부 공시를 따랐습니다. 데이터 기준: SEC 2026년 6월, 국민연금 2026년 3월, GPIF 2024 회계연도.

염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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