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매자 수 기록상 최저에도 집값은 상승…물가 부담 속 내년 모기지 금리 전망 7.5%로 상향
미국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은 151만 명인데 사려는 사람은 92.9만 명에 그쳤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현지시간 14일 발표한 9월 추정치다. 매도자가 구매자보다 62.6% 많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격차가 가장 컸다. 최대 격차 기록은 4개월 연속 깨졌다.
고금리에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줄면서 남은 구매자는 가격을 흥정하기가 수월해졌다. 구매자 우위의 배경에는 집을 살 여력이 줄어든 현실이 있다. 9월 물가와 높아진 모기지 금리 전망은 이 상태가 더 길어질 가능성을 키웠다. 아사드 칸 레드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힘이 아니라 조심성에서 나온 구매자 우위"라고 말했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엇갈림
9월 구매자는 전월보다 2.4%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록상 가장 적은 규모다. 매도자는 1.2% 늘어 2020년 3월 이후 가장 많았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팔리지 않은 집이 쌓이면서, 격차가 8월 56.9%에서 더 벌어졌다. 이 수치는 거래를 마친 사람 수가 아니다. 매도자는 시장에 나온 활성 매물로, 구매자는 주택 관람부터 거래 종결까지 걸리는 기간과 매물·계약 자료 등으로 추정한다. 계절조정을 거치며 추후 수정될 수 있다.
조사 대상 50개 대도시권 가운데 41곳이 구매자 우위였다. 마이애미에서는 매도자가 구매자보다 158.9% 많았다. 반면 뉴욕주 나소카운티 등 5곳은 매도자 우위를 유지했다. 구매자의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흥정의 여지는 지역마다 다르다. 구매자가 줄어든 이유는 대출금리와 대출 신청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7%대 금리 앞의 구매 포기
프레디맥이 8일 발표한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금리는 7.40%였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9일 종료 주간 조사에서는 30년 고정 계약금리가 7.50%로,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조사 방식은 달라도 두 조사 모두 대출금리가 7%대에 머물렀다. 같은 주간 주택구매용 대출 신청은 1년 전보다 16%, 대출을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신청은 56% 줄었다. 전체 신청에서 처음 몇 년은 금리가 고정됐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주택담보대출 ARM이 차지한 비중은 10.5%였다.
매매계약도 이와 유사한 궤적을 보였다. 9월 주택매매계약은 계절조정 기준 전월보다 4% 감소했다. 2020년 4월을 제외하면 2014년 봄 이후 최저였다. 계약을 맺고도 취소한 비율은 14.5%로, 2020년 3~4월을 빼면 기록상 가장 높았다.
매도자 쪽에서도 가격을 깎는 흐름이 굳어졌다. 9월 활성 매물의 19.8%가 호가를 낮췄고, 성사된 거래의 60.5%는 최초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 다만 호가를 낮추는 움직임과 시장 전체 집값의 하락은 아직 거리가 있다.
지표 | 수치 | 비교 기준 |
|---|---|---|
매도자·구매자 격차 | 62.6% | 8월 56.9% |
주택매매계약 | -4% | 전월 대비 |
계약취소 비율 | 14.5% | 2020년 3~4월 제외 기록상 최고 |
호가 인하 매물 | 19.8% | 활성 매물 중 비중 |
최초 호가 이하 거래 | 60.5% | 체결 거래 중 비중 |
중위 매매가 | 393,895달러 | 전년 대비 +1.3% |
주: 레드핀의 10월 14일 수급 보고서와 주택시장 보고서 기준. 매매계약 증감률은 계절조정 수치, 수급 추정치는 수정될 수 있음.
거래 감소에도 버티는 집값
9월 중위 매매가는 393,895달러로 1년 전보다 1.3% 올랐다. 상승률은 2월 이후 가장 낮았지만, 가격 자체가 내리지는 않았다. 매도자가 처음 제시한 가격보다 낮게 계약했더라도, 그 가격이 지난해 거래가격보다 낮다는 뜻은 아니다.
고가 주택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리얼터닷컴 집계에서 9월 호화주택 진입가격은 1,199,321달러로 전년보다 3.6% 낮았다. 호가 상위 10%에 들어가는 경계 가격으로, 30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했다.
호화주택은 호가, 전국 중위가격은 실제 매매가 기준이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 구매자 우위가 모든 가격대의 하락으로 번졌다고 보기도 이르다. 거래를 되살릴 금리 하락도 당장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물가가 높인 고금리의 문턱
미 노동통계국(BLS)이 14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7%, 전월보다 0.6% 올랐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20.4%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9.1% 뛰면서 전체 월간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보다 2.6%, 주거비는 3.2% 올랐다. 대출 이자뿐 아니라 생활비 부담도 가시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가가 오르는 한 금리 인하로 구매력이 살아나리라는 기대는 멀어진다.
미국 정부 후원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는 10월 전망에서 2027년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를 7.5%로 제시했다. 9월 전망의 6.7%에서 크게 올려 잡았다. 올해 4분기 전망도 7.4%다. 내년 각 분기에 같은 금리를 예상해, 고금리가 일시적으로 지나갈 것으로 보지 않았다.
주택판매 전망은 반대로 낮췄다. 내년 총판매는 488만2000호에서 471만3000호로, 단독주택 모기지 취급액은 2조2790억달러에서 1조8650억달러로 줄여 잡았다. 내년 집값 상승률 전망은 전년 4분기 대비 0.6%다. 대출과 거래가 위축돼도 집값은 소폭 오른다는 전망이다.
9월 물가 발표 전에 잡은 가정인데, 높아진 금리 전망에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구매자가 돌아올 때까지 매도자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서울의 매물과 가격 사이
매물이 늘어도 가격이 버티는 흐름은 한국에서도 살펴볼 대목이다. 아실 집계에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증가 흐름 속에 10월 7일 77,081건이었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2% 올라 87주 연속 상승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서울에서도 매물이 쌓이는데 가격은 오르는 흐름이 이어질까?', 다른 하나는 '미국처럼 금리 부담이 집값보다 거래부터 위축시키는 단계로 갈까?'이다.
미국의 62.6% 격차 역시 집을 살 기회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 격차를 만든 구매자 감소가 멈추는지가 관건이다. 패니메이 전망대로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구매자 우위도 2027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돌아와 격차를 줄일지, 팔리지 않은 집이 남아 우위를 연장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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