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기획] '파닭'의 혁명부터 '마라'의 점령까지... 데이터로 본 K-푸드 격동의 15년사 (1부)

[기획] '파닭'의 혁명부터 '마라'의 점령까지... 데이터로 본 K-푸드 격동의 15년사 (1부)

2010~2019년 먹거리 트렌드 심층 분석: 단순 유행(Fad)과 산업(Trend)의 갈림길

스마트폰과 SNS가 바꾼 미식 지형도... '맛'보다 '경험'과 '인증' 소비 시대로

지난 10년간(2010~2019) 대한민국의 식탁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음식에 '비주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고, 장기화된 경기 침체는 '가성비'와 '소확행(작은 사치)'이라는 양극단의 소비 패턴을 낳았다. 본지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쏟아져 나온 수많은 먹거리 아이템의 출시 시점과 피크아웃(정점) 데이터를 분석했다. 1부에서는 치킨 토핑의 변주로 시작해 달콤한 디저트의 전성기를 지나, 강렬한 매운맛의 마라가 제패하기까지의 10년사를 기업과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세히 복기한다.

1. 변주의 서막: 고정관념의 파괴와 퓨전의 시작 (2010~2011)

2010년대의 시작은 '익숙함 비틀기'였다. 2010년 3월 본격 확산된 '파닭'은 후라이드 치킨의 느끼함을 알싸한 파채와 겨자 소스로 잡아내며 치킨 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네네치킨, 교촌치킨 등은 이를 주력으로 내세웠고, 파닭은 약 15개월간의 폭발적 성장기를 거쳐 현재는 치킨의 기본 옵션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2011년은 라면 업계의 '색깔 전쟁'이 치열했던 해다. 그간 "라면 국물은 빨개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팔도가 이경규와 합작해 내놓은 '꼬꼬면'은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에 삼양식품이 '나가사키 짬뽕'으로 맞불을 놓으며 '하얀 국물' 전성시대를 열었다. 비록 꼬꼬면은 5개월 만에, 나가사키 짬뽕은 18개월 만에 유행의 정점을 찍고 내려왔지만, 이는 한국 라면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같은 시기, 공차(Gong cha) 등을 필두로 한 '버블티' 역시 2011년 4월부터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해, 1차 붐을 일으키며 카페 시장의 틈새를 공략했다.

2. 불황의 그림자: 가성비와 퍼포먼스의 공존 (2012~2013)

2012년으로 넘어오며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외식 시장은 '가성비'로 답했다. 2013년 7월부터 확산된 '스몰비어'가 대표적이다. 봉구비어, 춘자비어 등은 저렴한 가격에 감자튀김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20개월간 골목 상권을 장악했다. 2012년 재조명받은 '안동찜닭' 역시 봉추찜닭 등의 브랜드가 중저가 외식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줬다.

반면, 1020 세대를 중심으로는 시각적 재미를 주는 '퍼포먼스 디저트'가 인기를 끌었다. 2012년 '슈니발렌'은 나무망치로 과자를 깨 먹는 독특한 방식으로 백화점 식품관 줄 세우기 풍경을 연출했다. 2013년 소프트리가 촉발한 '벌집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 위에 천연 벌집을 올리는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그러나 슈니발렌(17개월)과 벌집아이스크림(16개월) 모두 시각적 호기심이 해소되자 재구매율이 급감하며 '패드(Fad·일시적 유행)'의 전형으로 남았다.

3. 달콤한 위로: 디저트의 고급화와 국민 간식의 탄생 (2013~2014)

2013년 4월 등장한 '설빙'은 '눈꽃빙수'와 인절미를 결합해 빙수를 여름 한 철 장사에서 사계절 디저트 산업으로 격상시켰다. 거친 얼음 대신 우유를 갈아 만든 눈꽃빙수는 27개월이라는 긴 유행 기간을 거쳐 카페의 표준 메뉴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제과 업계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으로 뜨거웠다. '단짠(달고 짠)'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연 이 제품은 품귀 현상으로 인한 '인질 마케팅' 논란까지 빚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외식업계에서는 제임스치즈등갈비 등 '치즈등갈비'가 16개월간 유행하며, 매운 음식에 치즈를 듬뿍 올리는 '치즈 토핑' 트렌드를 보편화시켰다. '츄러스' 역시 스트릿츄러스 등 전문점이 생겨나며 영화관 간식에서 독립된 디저트 메뉴로 격상됐다.

4. 씁쓸한 실패와 새로운 싹: 카스테라의 몰락과 건강식의 부상 (2015~2017)

2015년 롯데칠성음료의 '순하리'로 시작된 '과일소주' 열풍은 여성 음주 인구의 증가와 맞물려 16개월간 주류 시장을 흔들었다.

그러나 2016년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난 해였다. 대만에서 건너온 '대왕카스테라'는 폭신한 식감과 거대한 크기로 창업 시장을 휩쓸었으나, 2017년 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식용유 과다 사용 논란 보도 이후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며 15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이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준비 없는 미투(Me-too) 창업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다.

비슷한 시기인 2016년 등장한 '포케'는 달랐다. 당시에는 생소한 하와이안 샐러드였으나,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슬로우캘리 등의 전문 브랜드가 성장하며 현재까지 샐러드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홍루이젠으로 대표되는 '대만 샌드위치' 또한 2016년 첫 등장 이후 간편한 식사 대용식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5. 극단의 시대: 비주얼 끝판왕과 자극적 맛의 습격 (2018~2019)

2010년대 후반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식문화를 지배했다. 2018년 휴게소 간식 '소떡소떡'은 방송인 이영자의 언급 이후 국민 간식이 되었고, 걸그룹 마마무 화사의 '먹방' 효과를 본 '곱창'은 전국의 곱창집에 재료가 동나는 기현상을 낳았다.

특히 '마카롱(뚱카롱)'은 한국적 현지화의 성공 사례다. 얇은 필링의 프랑스 원조와 달리 필링을 두껍게 채워 넣은 'K-마카롱'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SNS 인증샷의 성지가 되며 30개월이라는 이례적인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2019년, 10년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마라탕'과 '흑당 버블티'였다. 탕화쿵푸 등 마라탕 전문점은 맵고 얼얼한 자극적인 맛으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초기 위생 논란에도 불구하고 마라탕은 이제 떡볶이에 버금가는 '국민 매운맛'으로 등극했다. 타이거슈가, 더앨리 등 대만 브랜드가 주도한 흑당 버블티 역시 강렬한 단맛과 호랑이 무늬 같은 비주얼로 2019년을 달궜다.

2010년대는 파닭이나 꼬꼬면 같은 '맛의 변주'에서 시작해, 대왕카스테라의 아픈 실패를 딛고, 마라탕과 뚱카롱처럼 '확실한 콘셉트'와 '인증 가능한 비주얼'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으로 진화했다. 이 시기 축적된 배달 앱 인프라와 가정간편식(HMR) 기술, 그리고 다변화된 입맛은 2020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또 다른 형태의 폭발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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