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소문에 의존하던 점술 시장의 불투명성을 깨다
국내 점술(신점·사주·타로) 산업은 1인 영세 사업자가 많아 공식적인 통계조차 명확하지 않은 파편화된 시장이다. 한국역술인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준으로 역술인이 30만 명, 무속인이 15만 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알음알음 전해지는 입소문에만 의존해야 했고 서비스 품질과 가격이 불투명한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산업이었다.
천명앤컴퍼니의 유현재, 전재현 공동대표는 과거 유 대표의 어머니가 무당에게 3000만 원의 굿 사기를 당했던 뼈아픈 경험을 계기로 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직시했다. 두 대표는 뛰어난 역술인은 제대로 대접받고, 소비자는 사기 피해 없이 투명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점술 시장을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으로 양성화하겠다는 목표로 '천명'을 창업했다.
깐깐한 검증과 첨단 AI 기술이 결합된 맞춤형 서비스
기존 서비스들이 무분별하게 상담사를 늘리던 것과 달리, 천명은 '서비스 품질 관리'에 사활을 걸었다. 20회 이상 상담을 받고 한 번도 마찰이 없었던 우수 고객 100명으로 구성된 검증단이 직접 상담을 체험하고, 전원이 '강력 추천'을 해야만 플랫폼 입점이 가능하다. 합격률은 10~15%에 불과할 정도로 까다로우며, 불만족 시 전액 보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첨단 IT 기술을 적극 접목해 차별화를 이뤄냈다. 내담자가 자신의 고민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내부의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자연어 처리 모델이 수많은 기존 상담 후기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역술가를 추천해 준다. 역술가의 상담 스타일 역시 '소름 돋는', '따뜻한' 등으로 세분화하여 맞춤형 매칭의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전화 상담의 경우, 음성인식 기술(STT)을 활용해 전체 상담 내용을 메신저 대화 형태의 텍스트로 자동 변환해 주어 고객이 언제든 상담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2022년 전후 운세서비스에 지갑 연 벤처캐피털(VC)
특히 2021년과 2022년 무렵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점술 산업에 벤처캐피털(VC)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던 황금기였다. 투자업계에서는 점술을 단순한 미신이 아닌 '조상님이 만든 빅데이터'로 재평가하며, 이를 IT 기술로 데이터화하고 양성화하면 충분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시기 점술 스타트업들을 향한 뭉칫돈이 쏟아졌다. 천명앤컴퍼니는 이시기인 2022년 4월 쿠팡, 배달의민족 등에 투자했던 알토스벤처스와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동종 업계 경쟁사들 역시 줄줄이 투자를 받았다. 온라인 운세 상담 플랫폼 '홍카페' 운영사 피플벤처스는 2022년 5월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 원을 투자받았고, 운세 콘텐츠 앱 '포스텔러'를 운영하는 운칠기삼은 카카오벤처스, 카카오게임즈,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5억 원을 유치했다. 사주·운세 챗봇 '헬로우봇'의 띵스플로우(이후 크래프톤에 인수됨) 역시 본엔젤스,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VC 자본이 점술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했다.
2024년 달성한 흑자전환의 쾌거… 그러나 2025년 찾아온 성장 정체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천명은 알토스벤처스, 스프링캠프 등으로부터 누적 약 53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투자 당시 추정 기업가치는 222억 원에 달했다.
투자를 기반으로 실적 역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2020년 2.9억 원이던 매출은 2022년 18억 원(영업손실 -32억 원)으로 외형을 키웠고, 2023년에는 매출 48억 원, 영업손실 -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극적으로 줄였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에는 매출 54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을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장밋빛 기조는 이듬해인 2025년 들어 한풀 꺾이고 말았다. 2025년 매출은 40억 원, 영업이익은 0.4억 원으로 역성장하며 본격적인 매출 정체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이와 맞물려 2023년 30명이 넘던 직원 수는 2026년 현재 절반 이하로 대폭 축소된 상태다.
산업 전반을 덮친 '무료 AI 사주' 열풍
이러한 실적 둔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친화적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AI 운세 및 사주풀이'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감이 높은 청년층이 취업이나 연애 등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의 제미나이나 오픈AI의 챗GPT 등 평소 사용하는 거대언어모델(LLM)에 생년월일을 입력해 맞춤형 사주와 조언을 구하고 있다. 또한 990원 수준의 초저가 AI 운세 서비스나 AI 로봇 사주 카페까지 등장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결과적으로 접근성과 가성비가 뛰어난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기존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가벼운 조언이나 재미를 원했던 점술 앱 고객층이 대거 이탈한 것이 천명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천명만의 문제인가, 산업 전반의 고전인가 이러한 매출과 이익 하락이 천명앤컴퍼니만의 개별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산업 전반적으로 AI 사주 서비스의 거센 영향을 받아서 고전하고 있는 것인지는 다른 경쟁업체들의 2025년 실적이 나오면 비교해서 보아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포스텔러'를 운영하는 운칠기삼이나 '헬로우봇'을 운영하는 띵스플로우 등 주요 사주 서비스 경쟁사들의 2025년 실적 지표가 공개된 후 이를 대조해 본다면, 현재의 위기가 단일 플랫폼의 성장통인지 점술 O2O 산업 전체의 구조적 지각변동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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