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05 THUTHURSDAY, NOVEMBER 5, 2026

[Global] 사는 쪽도 팔리는 쪽도 주가 급락…시장이 등 돌린 마벨의 1,150억 달러 인수

[Global] 사는 쪽도 팔리는 쪽도 주가 급락…시장이 등 돌린 마벨의 1,150억 달러 인수

미국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가 2일(현지시간) 광통신 부품 회사 루멘텀 홀딩스를 기업가치 115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두 회사 주가가 함께 무너졌다. 마벨은 이날 12.72% 떨어졌고, 인수 프리미엄을 받게 될 루멘텀마저 18.59% 급락했다. 값을 현금이 아닌 마벨 주식으로 치르는 거래여서 협상 보도 이후 마벨 주가가 3분의 1가량 빠지는 사이 루멘텀 주주에게 약속한 주당 1132달러의 가치도 771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루멘텀 1주에 마벨 4.5주

양사 공동 보도자료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루멘텀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마벨 주식 4.5주를 받는다. 교환비율이 고정돼 있어 거래가 끝날 때까지 루멘텀 주주의 몫은 마벨 주가를 따라 오르내린다. 회사가 내건 주당 1132달러는 인수설이 돌기 전 마지막 거래일인 10월 28일 마벨 종가 251.65달러를 기준으로 한 값으로, 당시 루멘텀 주가에 약 23.9%의 프리미엄을 얹었다.

거래가 끝나면 완전희석 기준으로 마벨 기존 주주가 통합회사 지분의 약 67%를, 루멘텀 주주가 약 33%를 갖는다. 마벨 주주로서는 회사의 3분의 1을 새 주식으로 내주는 셈이다. 계약 서명은 발표 하루 전인 1일 이뤄졌고 양사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승인했다. 통합회사는 맷 머피 마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계속 이끌고, 마이클 헐스턴 루멘텀 CEO 등 루멘텀 이사 3명은 마벨 이사회에 합류한다. 인수 자문은 마벨 쪽에서 카탈리스트 파트너스가 주관하고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함께 맡았으며, 루멘텀은 씨티와 에버코어를 재무 자문사로 세웠다.

사흘 새 사라진 700억 달러

시장의 반응은 정식 발표 전부터 싸늘했다. 블룸버그가 10월 28일 밤 두 회사의 인수 협상을 보도하자 이튿날 마벨 주가는 13% 넘게 떨어져 218.34달러로 마감했다. 30일 196.40달러까지 밀린 주가는 발표 당일인 2일 장중 한때 18% 급락한 끝에 171.4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보도 직전과 비교하면 세 거래일 만에 약 32% 내린 것으로, 블룸버그 보도 당시 시가총액 약 2210억 달러에 대입하면 700억 달러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협상 보도 당시 루멘텀 시가총액이 약 830억 달러였으니, 사들이려는 회사 몸값에 버금가는 돈이 인수자 쪽에서 먼저 증발했다.

구분

발표 기준(10월 28일 종가)

11월 2일 종가 기준

마벨 주가

251.65달러

171.41달러

루멘텀 1주당 인수가(마벨 4.5주)

약 1132달러

약 771달러

루멘텀 주가

약 914달러

684.40달러

마벨 시가총액

약 2210억 달러

약 1500억 달러

주: 양사 공동 보도자료·SEC 공시, 블룸버그·모틀리풀 보도 종합. 루멘텀 1주당 인수가는 마벨 주식 4.5주의 시장 가치.

10월 28일 루멘텀 주가와 11월 2일 마벨 시가총액은 추산치.

인수가보다 11% 싼 루멘텀, 비싼 값 논란과 루멘텀의 실적

인수 대상 기업의 주가는 대개 인수가 가까이 오르지만 루멘텀은 거꾸로 움직였다. 2일 종가 684.40달러는 같은 날 마벨 종가로 계산한 인수 대가 약 771달러보다 11%가량 낮고, 인수설 이전 주가 약 914달러보다는 25% 낮다. 미국 투자매체 모틀리풀의 앤더스 바일룬드 분석가는 루멘텀 주가가 이제 마벨 주가를 따라 움직인다고 짚으며, 이 정도 할인 폭으로는 긴 규제 심사와 거래 무산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마벨 주주들이 문제 삼는 것은 값이다. 투자 분석 업체 TIKR에 따르면 인수설 직전 루멘텀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로, 5년 평균 30배를 크게 웃돌았다. 성장 기대가 이미 듬뿍 반영된 주가에 프리미엄을 다시 얹고 그 값을 회사 지분 3분의 1로 치르는 거래에 투자자들은 매도로 답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루멘텀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루멘텀이 인수 발표와 같은 날 내놓은 9월 26일 마감 분기(2027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은 12억6260만 달러로 1년 전 5억3380만 달러보다 136.5% 늘었고, 조정 영업이익률은 18.7%에서 42.3%로 뛰었다. 조정 주당순이익 4.57달러는 시장 예상치 4.21달러를 웃돌았으며, 회사는 다음 분기 매출 전망으로 15억7500만~16억2500만 달러를 제시했다. 헐스턴 CEO는 "2분기 매출 증가분 약 3억5000만 달러는 2년 전 회사 전체 분기 매출보다 크다"고 말했다.

성장의 동력은 AI 데이터센터다. 루멘텀은 고성능 레이저와 광 트랜시버, 광회로스위치(OCS)를 만들고, 최근 구매 약정이 50억 달러를 넘는 두 번째 대형 광학 패키징 계약을 따냈다. 머피 회장은 "AI 인프라는 광 연결로 향하는 근본적인 구조 전환을 겪고 있고, 이는 한 세대에 한 번 오는 기회"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안의 신호 전달이 구리선에서 빛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마벨의 반도체 설계와 루멘텀의 레이저 생산을 한 회사에 묶겠다는 구상으로, 양사는 통합 뒤 연간 10억 달러 넘는 비용을 줄이고 첫해부터 마벨의 조정 주당순이익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모두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마벨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자사 연결 기술인 NV링크 퓨전 협력을 맺었고, 같은 달 루멘텀에도 레이저 공급 계약을 포함해 20억 달러를 넣었다. AI 반도체 1위 기업이 공급망의 두 축으로 점찍은 회사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합병계약상 마벨의 부담...28년까지 이어질 듯

SEC에 제출된 합병계약 요약을 보면 계약은 마벨이 더 무거운 짐을 지도록 짜였다. 이사회가 인수 권고를 철회하거나 더 나은 제3자 제안을 받아들여 계약을 깨면 마벨은 58억 달러를, 루멘텀은 그 절반인 29억 달러를 물어야 한다. 다른 조건을 다 갖추고도 반독점 등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되면 마벨이 루멘텀에 32억 달러를 따로 지급한다. 루멘텀은 헐스턴 CEO가 인수로 받게 될 보상에 미국 세법상 소비세가 붙으면 회사가 이를 메워주는 계약도 맺었는데, 거래가 무산되면 이 계약은 효력을 잃는다.

양사가 잡은 종결 목표는 2028년 상반기다. 계약 기한은 2027년 11월 1일이지만 규제 승인이 늦어지면 2028년 2월 1일과 5월 1일, 8월 1일로 세 차례 늦출 수 있게 했다. 그때까지 두 회사는 각각 주주총회 승인을 받고 미국 하트-스콧-로디노법(HSR)에 따른 반독점 심사를 비롯한 규제 관문을 넘어야 한다.

최장 21개월 동안 루멘텀 주주가 받을 몫은 마벨 주가에 따라 출렁인다. 시장은 첫 사흘 동안 700억 달러어치의 매도로 이 거래에 대한 의견을 먼저 밝혔다. 머피 회장이 '한 세대에 한 번 오는 기회'를 남은 심사 기간에 주가로 증명하지 못하면, 마벨 주주는 지분 3분의 1을 내주는 값을, 루멘텀 주주는 줄어든 인수 대가를 저울질하며 주총장에 들어서게 된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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