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05 THUTHURSDAY, NOVEMBER 5, 2026

[Global] 엔론·리먼 파산 맡았던 95년 로펌, 빚 한 푼 없이 무너졌다

[Global] 엔론·리먼 파산 맡았던 95년 로펌, 빚 한 푼 없이 무너졌다

스타 파트너 30여 명 연쇄 이탈에 합병도 결렬…웨일, 해산 권고 뒤 파트너 투표 앞둬

엔론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맡았던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의 로펌 웨일 고셜 앤 맨지스(이하 웨일)가 문을 닫는다. 웨일 경영위원회는 10월 28일(현지시간) 파트너들에게 "질서 있는 해산"을 권고했다. 설립 95년 만이다. 빚은 없었지만 큰 고객을 쥔 파트너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버틸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31년 프랭크 웨일·실번 고셜·호러스 맨지스가 세운 웨일은 대기업 파산 자문의 대명사였다. 엔론과 GM, 미국 역사상 최대 파산보호 사건인 리먼브러더스까지 맡았다. 변호사는 약 1200명으로, 지난해 매출은 약 21억 달러였고 로펌 지분을 가진 지분 파트너 한 명이 가져간 이익은 500만 달러를 넘었다. 이처럼 돈을 잘 벌던 로펌이 몇 주 사이에 해산 수순을 밟게 됐다. 파트너들은 경영위원회 권고를 놓고 투표를 앞두고 있다.

빚 없이 맞은 해산

웨일은 파산 신청 없이 회사를 정리하기로 하고 구조조정 자문사 알릭스파트너스를 선임했다. 파트너가 아닌 소속 변호사(어소시에이트)와 직원에게는 90일간 급여와 복리후생을 주고, 올해 말 보너스도 지급하겠다고 안내했다. 회사는 성명에서 해산 절차가 끝날 때까지 고객 업무를 이어가고 동료들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로펌의 몰락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 합병 당시 변호사가 1300명을 넘던 듀이앤르뵈프는 2012년 빚더미 속에 파산했다. 웨일은 빚이 없었는데도 무너졌다. 공장이나 설비 대신 사람이 곧 자산인 로펌에서는 고객을 쥔 파트너가 떠나는 순간 매출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제이 앨더버트 인터내셔널서비스 최고성장책임자는 인크에 "1년에 파트너 30명이 걸어 나가면 고객과 매출도 함께 나간다"며 "하지만 회사가 진 의무는 함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출은 줄어도 남은 파트너들이 짊어질 부담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돈은 벌었지만 느렸던 성장

웨일은 매출 기준으로 미국 로펌 상위 4분의 1 안에 드는 회사였다. 그런데도 파트너들이 떠난 배경으로는 경쟁사보다 더딘 성장이 꼽힌다. 웨일의 2008~2025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경쟁사의 절반 수준이었다. 블룸버그 계열 법률 전문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웨일의 매출 증가율은 3%에 못 미쳤지만 상위 50개 로펌은 13% 넘게 성장했다.

파트너 몫의 격차도 컸다. 로이터에 따르면 커클랜드앤엘리스와 와치텔의 지분 파트너 1인당 이익은 1000만 달러를 넘어 웨일의 두 배 가까웠다. 스타 변호사 쟁탈전이 벌어지는 시장에서 웨일은 더 많이 주는 경쟁사에 핵심 인력을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8개월 만에 무너진 95년

균열은 리더십에서 시작됐다. 웨일은 지난 3월 배리 울프 경영파트너의 후임으로 라모나 니 파트너를 지명했지만, 니 파트너가 최근 취임을 고사하면서 승계 계획이 틀어졌다. 2024년 말 이후 경영위원 여러 명도 회사를 떠났다.

이탈은 돈이 되는 부서부터 번졌다. 올여름 사모펀드 부문 파트너들이 폴와이스와 심슨대처로 옮겼고, 사모펀드 파트너 크리스토퍼 마체라도 폴와이스로 갔다. 런던의 인수합병(M&A) 파트너 2명은 설리번앤크롬웰로 갔다.

결정타는 9월이었다. 기업부문 책임자 마이클 아이엘로가 파트너 5명을 데리고 크래버스로 이적한 것이다. 부서를 이끌던 사람이 동료들과 함께 떠난 뒤로 이탈은 더 빨라졌다. 웨일 파트너들이 향한 곳은 크래버스·폴와이스·설리번앤크롬웰·심슨대처 같은 월가 대형 로펌들이었다. 올해 웨일을 떠난 파트너는 30명이 넘는다. 마지막 카드였던 윌키 파 앤 갤러거와의 합병 협상마저 결렬되자 웨일은 데이비스 폴크 앤 워드웰에 자문을 구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시점

주요 사건

비고

2026년 3월

차기 대표로 라모나 니 지명

이후 취임 고사

2026년 여름

사모펀드·런던 M&A 파트너 연쇄 이적

폴와이스·심슨대처·설리번앤크롬웰로

2026년 9월

기업부문 책임자 아이엘로, 파트너 5명과 크래버스로

올해 이탈 파트너 30명 넘음

2026년 10월

윌키 파 앤 갤러거와 합병 결렬

데이비스 폴크에 자문 요청

2026년 10월 28일

경영위원회, 질서 있는 해산 권고

알릭스파트너스 선임, 파산 신청 없음

주: 로이터·캐나디언로이어·블룸버그 계열 법률매체 보도 종합(10월 30일 기준).

3~4주 만의 파트너 런, 이름 사겠다고 나선 AI 로펌

마지막 붕괴는 순식간이었다. 법조 전문기자 데이비드 랫은 듀이앤르뵈프가 무너지는 데 3~4주 만에 끝났다고 분석했다. 은행 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뱅크런'처럼 파트너들이 앞다퉈 회사를 떠나는 '파트너 런'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해산을 앞둔 웨일에 뜻밖의 인수 제안도 들어왔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설립 2년 남짓 된 AI 로펌 크로스비가 웨일의 상표와 브랜드, 일부 내부 데이터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웨일 변호사 채용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크로스비는 벤처캐피털 럭스캐피털과 인덱스벤처스가 주도한 올해 3월 투자 6000만 달러를 포함해 지금까지 약 8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고 성사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대형 로펌 업계는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셔먼앤스털링과 앨런앤오버리가 2024년 합쳐 A&O셔먼이 됐고, 올해는 캐드왈러더가 호건로벨스와 합쳤다. 합병으로 살길을 찾던 웨일은 그 경쟁에서 밀려났다.

남의 회사 파산을 수습하며 명성을 쌓은 로펌이 이제 자신의 해산 절차를 외부 자문사에 맡겼다. 파트너 투표가 끝나면 변호사 1200명은 각자 새 둥지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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