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05 THUTHURSDAY, NOVEMBER 5, 2026

아이는 줄었는데 장난감 가게는 늘었다…'어른이'가 다시 짠 완구 지도

아이는 줄었는데 장난감 가게는 늘었다…'어른이'가 다시 짠 완구 지도

아이 손님은 줄고 있는데, 올해 사업자 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동네 가게는 장난감 가게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서 장난감 가게 사업자 수는 올해 5월 1년 전보다 약 20% 늘어 증가율 1위에 올랐다. 아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가게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어른 손님'이 꼽힌다.

증가 속도는 100대 업종 전체 증가율(1.2%)의 16배가 넘고, 7월 말 전국 장난감 가게 사업자는 4,035곳으로 집계됐다. 반면 2024년 말 아동 인구는 687만6,000명으로 10년 전보다 25.2% 줄었고, 지난해 출생아는 25만4,500명(잠정)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이 0.80명으로 4년 만에 0.8명대를 되찾았지만 아이 손님의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수출 10배에서 수입 9.5배로…36년 사이 뒤집힌 판

한국은 한때 장난감 수출 강국이었다. 1987년 완구 수출액은 10억달러를 넘어 같은 해 수입액(약 1억달러)의 10배에 이르렀고, 한국 공장에서 만든 디즈니 캐릭터 봉제인형이 미국 대형 백화점 진열대를 채웠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자 문을 닫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업체가 잇따랐고, 1987년 732곳이던 완구 제조업체는 2019년 80곳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완구 수출액이 8,510만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액은 8억580만달러에 달했다. 36년 사이 판이 뒤집혀 이제는 수입이 수출의 9.5배다.

세계 완구 판매 7% 증가…수집용은 32% 급증

세계 장난감 시장은 지난해 다시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가 집계한 주요 12개국의 2025년 완구 판매액은 전년보다 7% 늘었고, 수집용 완구는 32% 뛰어 전체의 약 19%를 차지했다. 유럽 소비자 10명 중 4명은 지난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어른을 위해 장난감을 샀다.

저출산을 먼저 겪은 일본에선 변화가 더 뚜렷하다.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일본 완구시장은 희망소매가격 기준 1조1,664억엔으로 6년 연속 커졌다. 혼자 사는 가구의 연간 완구 지출도 2020년 5,503엔에서 지난해 1만3,004엔으로 2.4배가 됐고, 자신을 위해 장난감을 산 일본 어른의 48.6%는 이유로 '향수'를 꼽았다.

카드 수집 열기도 뜨겁다. 일본 카드게임·트레이딩카드 시장은 10년 새 960억엔에서 3,384억엔으로 3.5배로 불어났고, 한국에서도 올해 1~4월 한 리셀 플랫폼의 트레이딩카드 거래액이 1년 전의 57배로 치솟았다.

국내 시장 제자리…레고·건담·라부부는 성장

한국 장난감 시장은 2019년 2조320억원, 2021년 2조12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업계는 이 가운데 약 60%를 수입품으로 본다. 판은 커지지 않았지만 판 위의 주인공은 바뀌고 있다. 어른도 줄을 서는 브랜드는 실적이 좋았다.

레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859억원(개별 기준)으로 전년보다 7% 늘어, 2020년부터 6년째 영실업을 앞섰다. 건담 프라모델을 파는 반다이남코코리아는 올해 3월 결산 매출이 1,306억원으로 2020년 3월 결산(418억원)의 3.1배로 불어났다. 영업이익은 127억원이다.

중국 팝마트의 한국 법인 팝마트코리아는 캐릭터 '라부부'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2024년 347억원에서 지난해 1,255억원으로 1년 만에 3.6배로 뛰었고, 영업이익도 36억원에서 103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4월 기준 국내 매장이 7곳에 불과한데도 거둔 성적이다.

토종 완구 강자인 영실업과 손오공은 고전했다. 또봇과 콩순이를 가진 영실업은 매출이 2018년 1,931억원에서 지난해 418억원으로 4분의 1 아래로 쪼그라들었고, 손오공은 지난해 매출 355억원에 영업손실 59억원을 냈다.

해외서 버는 오로라월드, 매출 4년 새 42% 증가

봉제인형 '유후와 친구들'로 알려진 오로라월드는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린다. 2021년 1,199억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1,700억원(개별 기준)으로 42% 키웠고, 영업이익 129억원을 냈다. 국내 아이 수가 줄어드는 사이 해외에서 성장을 이어간 셈이다.

1979년 처음 나온 건담과 1959년 출시된 바비는 지금도 어른 지갑을 열고, 지난해 첫 방영 15주년을 맞은 또봇은 50여 개국에 수출된다. 관건은 어릴 때 만난 한국 캐릭터를 어른이 돼서도 다시 찾게 만들 수 있느냐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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