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슈퍼마켓산업 점검 ①] '생존을 위한 덩치 키우기'… 한국 슈퍼마켓 산업의 지형도

[슈퍼마켓산업 점검 ①] '생존을 위한 덩치 키우기'… 한국 슈퍼마켓 산업의 지형도

한국 유통산업의 중심축이 과거 재래시장에서 편의점(CVS)과 대형마트, 그리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특히 근거리 쇼핑 채널로 자리 잡은 슈퍼마켓은 대기업, 농협, 개인 자영업자 연합 등 다양한 형태의 플레이어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 슈퍼마켓 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주요 유통 기업들의 전략과 성적표를 분석했다.

재래시장에서 SSM으로… 유통 지형의 격변

한국 유통업의 흐름은 1980년대 이전의 재래시장과 동네 가게 중심에서 1990년대 이후 기업형 유통 채널로 급격히 재편됐다.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 문을 열며 편의점 시대가 개막했고,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이 개점하며 대형마트(Hypermarket) 시대가 열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등장하며 골목 상권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유통산업 분류상 슈퍼마켓은 소매업 중 '종합소매업'에 속하며, 대형마트나 백화점, 편의점과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SSM, 무엇이 다른가

유통 채널은 규모와 특징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다. 대형마트는 3,000㎡(약 900평) 이상의 규모로 식품과 가전, 생활용품을 망라하며, 초기 투자 비용이 약 600억~700억 원(9,900㎡ 기준)에 달한다. 반면 백화점은 의류, 잡화 등 풍부한 상품 구색을 갖춘 장치·입지 산업으로 대형점 출점 시 약 3,00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바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다. SSM은 300㎡~3,000㎡ 규모로,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의 중간 형태를 띤다. 출점 비용이 가장 낮아 소규모 상권 진입이 용이하며, 과거 생필품 중심에서 신선식품과 조리식품(HMR) 비중을 높여 근거리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대형 3사 슈퍼마켓의 전략 차이: '직영' vs '가맹'

국내 슈퍼마켓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유통 3사(롯데, 이마트, GS)의 SSM 운영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

이마트 계열의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직영점 중심의 운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직영점이 232개인 반면, 가맹점은 25개에 불과해 압도적인 직영 비율을 보였다. 이는 본사의 통제력을 높여 품질과 서비스를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는 가맹 사업에 방점을 찍었다. GS더프레시는 직영점이 113개인 데 비해 가맹점은 418개로, 가맹점 수가 직영점의 약 4배에 달한다.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리스크와 수익을 공유하며 점포 수를 빠르게 확장하는 전략이다. 롯데슈퍼의 경우 직영 171개, 가맹 153개로 비교적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직영 237개, 가맹 60개로 직영 비중이 높다.

'뭉쳐야 산다'… 농협·KOSA·나들가게

슈퍼마켓 시장에는 대기업 외에도 농협과 개인 슈퍼마켓 연합체가 존재한다. 농협 계열은 농협유통(수도권 대형 직영), 농협하나로유통(체인본부 및 SSM), 그리고 1,100여 개의 지역 농·축협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로 구분된다.

개인 슈퍼마켓들은 생존을 위해 조직화된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KOSA)는 공동구매와 물류 효율화를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 형태이며, '나들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골목 슈퍼의 시설 현대화와 공동 브랜드화를 추진한 모델이다. 이들이 대기업, 농협, 조합 등의 형태로 뭉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과 유통 채널 효율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엇갈린 희비: 韓 유통주 '폭락' vs 美 코스트코 '급등'

국내 유통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주식 시장에서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최근 수년 간 한국 유통 3사의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GS리테일은 고점 대비 약 59.37% 하락했고, 이마트와 롯데쇼핑 역시 각각 약 59.51%, 69.01%의 하락폭을 기록하며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이는 미국 대표 유통 기업인 코스트코(COSTCO)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기간 코스트코의 주가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수직 상승했다. 한국 유통업계가 내수 부진과 규제,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코스트코는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슈퍼마켓 산업은 1인 가구 증가와 근거리 쇼핑 선호 트렌드에 맞춰 편의점과 대형마트 사이에서 독자적인 생존 영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직영과 가맹의 효율적 믹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향후 생존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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